‘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나는 낭만 고양이/홀로 떠나가 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한때 제가 자주 흥얼거리곤 했던 노래랍니다. 그런데 최근 “나는 비만 고양이~”라는 노래를 자주 듣습니다. 제 건강을 염려하는 가족이 개사해 부르는 노래죠. 가족의 안쓰러운 염원이 담겨 있어요. 음식문화기자 경력에 남은 건 산재(?) ‘비만’밖에 없다며 자책하는 제게 가족은 “네 일을 열심히 한 결과”라며 추켜세웁니다.
어쨌든 가족의 간곡한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선 계획표에 ‘운동’을 넣었지요. 소식도 결심했어요. (과연 가능할까요?) 하지만 너무 평범한, 누구나 예상한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을 수첩에 적고 나니 허전하더군요. 싱겁더이다.
그러다 번개처럼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요. 한 친구가 알려준 유튜브 채널 ‘왓섭! 공포라디오’가 말이죠. 공포영화를 보면 칼로리가 소모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가 불현듯 떠올랐지요. 극심한 스트레스나 공포를 경험한 후 분비되는 호르몬은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다소 황당한 얘기죠. 그리하여 깜깜한 새벽에 유튜브 채널을 클릭했습니다.
‘보라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그네를 타고...비오는 날...처녀귀신’ 소름이 돋았어요. 섬뜩했지요. 그런데 들을수록 ‘크크’ 웃음이 났어요. 오싹한 음향효과도 소용이 없었어요. ‘귀신 아이가 그동안 머리가 자랐다’니요. 이벤트 공지도 있더군요. ‘한국의 요괴들 총망라!-요괴 대박과’ 이벤트에 크라우드펀딩(온라인 소액 공모) 참여자를 모집하더군요. 우리 전통 음악이 깔리는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한참 웃고 나니 배가 고파졌어요. 전날 만든 부대찌개를 데워 이른 아침 식사를 했지요. 출근해 그냥 ‘비만 고양이’로 살아야겠다고 절망(?)하던 때 김선식 기자가 말을 건네더군요. “브이아르(VR·가상현실) 공포 체험하시거나 ‘호러메이즈’(에버랜드 공포체험) 이용해 보세요. 무서워요.” 이번 주 ESC는 더위 날린 ‘공포체험’입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