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있는 분식점 ’이멜다 분식’.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어릴 때 분식점은 마술학교 같은 곳이었습니다. 엄마가 혼을 낸 날은 동네 분식점에 꼭 갔어요. <해리포터> 시리즈의 등장인물 같은 주인 할머니가 따스하게 맞아줬지요. 누런 벽엔 온갖 낙서가 가득했는데, 읽을수록 배꼽을 잡았답니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에서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맛이 튀어나왔는데, 그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졌어요. 제 유년의 추억은 분식점에 다 있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돼서도 그 시절 분식점을 닮은 집에 가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개가 무량했어요.
몇 년 전 소설가 김중혁에게 ‘분식’과 관련된 글을 청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도 저처럼 어린 시절 학교 앞 분식점에 대한 추억이 많은 이더군요. 지금도 그의 글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분식회계’로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기업의 부도덕한 재무 조작을 일컫는 말을 글의 화두로 삼았어요. 내용인즉슨 떡볶이와 라면을 파는 분식점의 회계 장부, 그러니까 펜으로 주인이 막 적는 노트에 관한 얘기였어요. 작가의 위트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분식점에 대한 추억 한가지씩은 있는 법이지요. 그런데 지금 20대들에게 분식점은 제가 기억하는 풍경과는 조금은 다를 듯합니다. 덤으로 떡볶이를 더 퍼주는 할머니는 없지만, 패션모델 부럽지 않은 외모를 자랑하는 이가 주인인 분식점이 늘고 있다는군요. 실내도 누런 벽 대신 유럽에 여행 온 것 같은 분위기라는군요. 그런 집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문이 나서 카메라를 든 20대들이 너도나도 ‘인증샷’을 찍겠다고 모여든다고 합니다.
이번 주 ESC는 그런 곳들만 다녔습니다. 바삭하게 구운 곱창과 함께 먹는 떡볶이라니, 상상이 가시나요? 시래기 떡볶이도 메뉴라고 합니다. 술도 판다고 하니, 주머니 가벼운 젊은 직장인들 회식 장소로도 그만이네요. 자, 놓쳐서는 안 되는 얘기는 또 있습니다. ‘헐’ 면에 이다혜 작가가 자신이 경험한 포복절도한 얘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웃고 삽시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