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펼쳐진 가수 김수철 공연.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그를 천재라고 부릅니다. ‘천재?’ 전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 의구심이 보풀처럼 일어났지요. 그가 뛰어난 우리 시대 아티스트라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천재라고까지 치켜세우는 건 좀 과한 것이 아닌가 했어요. 무릇 천재라고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빈치의 발명품들은 지금 우리 일상에 먹물처럼 스며 있는데, 삼지창 모양의 포크도 그중 하나죠. 탱탱한 파스타를 포크에 돌돌 말아먹을 때마다 전 그의 천재성을 떠올립니다. 포크가 없었다면 쭉쭉 늘어지는 수십 개의 면 가락을 우아하게 먹을 방도는 없었을 거라고 감히 주장해봅니다.
지난주 토요일이었습니다.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그의 공연을 봤습니다. 추적추적 비가 쏟아졌지만, 객석은 꽉 차 있었어요. 200여명이 뿜어내는 그에 대한 애정은 은하계를 가로지를 만큼 강력해 보였어요.
총 3부로 이뤄진 공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졌지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서양 음악 얘기만 해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밸런스가 안 맞는다는 거죠. 그들이 얘기할 수 있는 국악이 필요합니다.” 1부에서 그는 가요 차트 1위를 차지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끈 노래로 번 돈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국악에 쏟아부은 얘기를 들려줬답니다. 이윽고 대중가요와 국악을 반죽해 만든 그의 음악이 들렸죠! 전 “천재 맞는구나!” 외쳤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수철.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 그의 목소리가 제 귓가를 떠나지 않았어요. ‘젊은 그대’를 부를 때 그는 20대였고, ‘못다 핀 꽃 한 송이’를 열창할 때 그는 제 연인이었습니다. 청명한 가을날 같은 김수철 목소리의 힘은 매우 커서 저를 압도해버렸지요. 감히 그 목소리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더군요. 어쨌든 그건 어려운 일이지만, 근사치에 닿을 수는 있다는 판단은 섰어요. 왜냐고요? 이번 주 ESC 커버 ‘목소리’편을 찬찬히 보면 제 생각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글·사진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