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큼한 냄새가 납니다. 오독오독 식감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몇 번 씹어 먹다가 자신의 선택에 의구심이 생기죠. 홍어에 관한 얘기랍니다. 전라도에선 결혼식 잔칫상 등에도 홍어가 올라간다지요. 최근엔 젊은 층을 공략하려고 팍 삭히지 않고, 마치 광어회나 우럭회처럼 칼질만 한 홍어를 파는 집이 있다는군요. 유튜브 ‘영국남자’를 보면,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해남집’에서 영국 아재들이 찰진 홍어를 먹고 “소독약 맛이 난다” “절대 즐거운 경험이라고 할 수 없다”라는 평을 합니다. 놀리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유쾌한 식도락 풍경이 이어져 그들이 죽마고우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홍어에 견줘 대적할 만한 고약한 냄새의 외국 먹거리엔 두리안이 있습니다. 지난달 타이 수도 방콕에서 특이한 두리안 요리를 경험하고는 물개박수를 쳤답니다. 일행은 “엇, 조합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너무 진도 나간 맛인데”라고 했지만, 전 정말 맛있어요. 뭐냐고요? ‘두리안 치즈케이크’. 고약한 향 때문에 ‘악마의 과일’이라고 부르는 두리안은 우리에겐 매우 생경한 과일입니다. 하지만 치즈와 섞인 두리안은 오히려 밍밍한 경상도식 배추전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치즈의 품격을 높여주더군요. 케이크 옆에 두리안 마카롱도 있었는데, 그것조차 아닌 게 아니라 맛이 별나서 긴 여행이 주는 피로감을 씻어주더군요. 어쨌든 익숙하지 않은 먹거리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친근해집니다.
이번 호 ESC는 반려인형을 인생의 동반자로 삼은 이들에 관한 얘기입니다. 반려인형은 낯설지요. 하지만 찬찬히 인형에 빠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홍어처럼, 두리안 치즈케이크처럼 맛있습니다. 보너스로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인형박물관도 소개합니다. 홍어도, 두리안도 누군가에게 인생의 반려음식이라고 말해도 되겠죠?
글·사진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