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코앞입니다. 벌써 고향 갈 마음에 설레는 이도 있고, 명절 때만 발동하는 친척의 과도한 관심에 걱정부터 앞서는 이도 있겠죠. 한편 모처럼 찾아온 긴 연휴는 미뤘던 일을 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오만가지 사회적인 관계에서 해방되어 홀로 남은 나를 만날 수 있는 날이기도 하죠.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고 외치는 이들도 있지만, 제 친구나 동료는 읽지 못했던 책을 펼치고 싶다는 이들이 많더군요.
ESC 팀원 이정연 기자는 박완서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 개정판을 볼 생각이랍니다. <우먼카인드>는 김포그니 기자가 지루한 연휴의 헐렁한 시간을 채우려고 챙겨놓은 잡지입니다. 저는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 산책>을 볼까 합니다. 오래전 책장에 처박아둬 뽀얀 먼지만 켜켜이 쌓여있는 책이죠. 고작 두 장 읽고 덮고는 나중에 읽자 마음먹었던 책이랍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반대였어요. ‘영국인들은 자기 나라 영토가 무척 넓다고 착각하고 있다’에선 “으하하” 웃었고, ‘올드 토 잼(발가락 사이의 묵은 때)맥주를 파는데 먹을 만해’란 부분에선 “윽” 외마디를 지르기도 했지요. 재미있는 얘기가 여름철 분수대 물보라처럼 가득한데, 왜 책장에 처박아 뒀을까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웃음보 툭툭 건드릴 게 자명한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기가 아까웠어요. 나중에 일상이 지루하고 힘겹고 지칠 때 꺼내 보자 했지요.
ESC가 설 지나 풀면 절대 안 되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놀잇감을 준비했습니다. 주사위놀이 하다가 지치면 종이접기로 시간을 보내면 됩니다. 다 접으면 꼬불꼬불 길 따라가는 여행도 떠나보세요. 그 재미가 끝나면 십자말풀이와 빙고 게임이 독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