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목차가 이 모양일까요. ‘닭고기의 경우’, ‘돼지고기의 경우’, ‘개고기의 경우’ 등. 책 <고기로 태어나서>는 목차치고는 희한합니다. 일반적으로 닭살 돋는 수사로 한껏 꾸민 목차가 독자의 유인책으로 쓰이게 마련인데 말이죠. 밍밍하고 단순한 목차를 내세운 건 그만큼 내용에 자신이 있어서일까요. 한승태 작가의 이력이 특이합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꽃게잡이 배, 주유소, 양돈장 등에서 일하면서 글을 썼습니다. <고기로 태어나서>도 충남 금산, 강원도 횡성, 경기도 포천 등의 규모 큰 축산 농가에서 일하면서 쓴 얘기입니다. 그의 경험을 녹인 글은 활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동감이 넘치고, 잔혹한 축산업의 현실을 날것 그대로 드러냅니다. 전자레인지 정도 크기의 케이지에 4마리 닭이 서로를 물고 뜯으면서 갇혀있는 꼴이 거의 지옥과 다름없더군요. 인간이란 종에 대한 회의마저 듭니다. 책을 다 읽은 다음 과연 고기류를 먹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들었습니다.
읽을수록 한승태씨가 보고 싶어졌지요. 직접 만날 기회는 잡지 못했지만, 그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 ‘시대의 창’ 관계자를 만나 제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 수 있었습니다. “유명 인사도 아니고, 본래 글쟁이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출간까지 하게 됐나요?” “회사로 한 작가가 자신의 원고를 보내왔죠. 일단 읽었어요. 무명이었지만 원고는 단박에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것으로 <인간의 조건>을 출간했고 <고기로 태어나서>는 후속 작품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결국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생생한 르포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었어요. 편집자의 놀라운 발탁의 눈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번 ESC도 ‘시대의 창’ 편집자만큼은 아니지만, 라이프스타일에 탁월한 해석 능력을 지닌 유선주 객원기자가 각가지 주방 도구를 ‘발탁’해 소개합니다. 열풍 조리도구를 직접 써보기도 하고, 타임머신을 탄 듯 30~40년 전 주방 기구의 세계로 날아도 갑니다. 한 작가와는 다른 시선과 문제의식이지만, 우리 생활과 떼놓을 수 없는 얘기죠. 이번 주엔 유 기자의 시선으로 들어가 보시죠.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