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엔 유명 인사 두 명을 만났습니다. 점심에 만난 이는 영화 <1987>의 김경찬 시나리오 작가님이었지요. “우와, 우와!” 이야기꾼답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갖가지 세상사는 식당 ‘중림장 설렁탕’의 맛난 설렁탕마저 눈길 한번 주지 않게 하더군요. 대화의 출발은 제가 최근에 본 영화 <독전>이었어요. 보령역을 맡은 배우 진서연의 진짜 ‘약’한 듯한 열연에 감동한 제가 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으면서 시작됐지요. 작가님은 소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는데, 그 중엔 마약과 검은 세계에 대한 것도 있었나 봅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요. 한때 추리작가가 꿈이었던 저는 미스터리 장르 소설 한 편이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절대 미각’을 추구하는 음식 평론가가 자신의 무능을 해결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하는 선택, 즉 능력을 1000배 끌어올리는 마약 비슷한 약을 찾아다닌다는 내용이었지요. (좀 유치한가요? 대가 앞에서 차마 이런 제 상상을 떠벌리지는 못했습니다.)
영화 <1987>의 시나리오 대본. 박미향 기자
이번 주 ESC는 ‘추리와 탐정’에 대한 얘기를 다룹니다. 어린 시절 셜록 홈스에 취해본 사람이라면 다양한 탐정물에 흠뻑 빠지고도 남습니다. 탐정업이 아직 금지된 한국에선 민간조사원이라는 직업군의 사람들이 탐정과 비슷한 일을 한다는군요. 탐정 소설 주인공은 주로 남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그 세계에 대한 앎이 늘어날수록 저의 ‘절대 미각 추리물’에 대한 집착은 짙어지더군요. 나른한 오후, 그런 생각을 품고 회사 옥상에 올라갔더니 ‘세상에!’ 배우 조인성이 있더군요. <씨네21> 사진 취재에 응하느라 온 것이었지요. (<씨네21> 스튜디오는 <한겨레> 옥상에 있답니다.) 인사를 나누면서 언젠가 쓰게 될지 모르는 ‘‘절대 미각 추리물’이 영화화된다면 ‘주인공은 조인성이다’를 속으로 외쳤습니다. 지난 화요일은 여러모로 보람찬 하루였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