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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셰프, 한식을 입다

등록 2018-07-12 10:27수정 2018-07-12 10:35

음식 콘텐츠 회사 붓이 제작한 조리복. 박미향 기자
음식 콘텐츠 회사 붓이 제작한 조리복. 박미향 기자
미국의 사진가 도로시아 랭이 찍은 1930년대 농장 노동자 사진을 볼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그들이 입은 낡은 작업복은 가혹한 착취를 가속화시키는 도구일까, 아니면 최소한의 안전장치일까 하는 물음말입니다. 작업복이 효율성을 높인다면 전자일터이고, 햇볕이나 벌레 등의 공격으로부터 살갗을 보호해준다면 후자겠죠.

최근 제가 이 생각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달 28일 모던 한식당 ‘권숙수’에서 열린 ‘한식을 입다’ 행사에서 독특한 조리복을 봤기 때문입니다.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와 조리복을 만드는 음식 콘텐츠 회사 븟의 배건웅 대표의 컬래버레이션 이벤트였지요. 배 대표의 회사가 만든 조리복을 입은 권우중 셰프는 예전과는 달라 보였어요. 한복의 우아한 선이 담긴 깃, 권 셰프의 키에 맞춘 단정한 길이 등 마치 조선시대 대령숙수가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듯했지요.

배 대표는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40도가 넘는 주방에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를 생각해 시원한 기능성 원단으로 옷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맛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온도 때문에, 배려 없는 주인장 때문에, 에어컨이 없는 주방이 많습니다.)

배 대표의 12년 요리사 경력이 녹아 있는 옷이라는군요. 그날 권 셰프는 그 옷을 입고 ‘민들레 국수’, ‘장어 감태 쌈’ 등을 만들었답니다. “편하다”고 말한 권 셰프에게 븟의 옷은 최소한의 보호막 이상이었던 거죠.

노동과 옷. 단어만 보면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 52시간 노동’이 주방 노동자에게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며, 이번 호에 소개하는 옥상을 그들에게 추천합니다.

저 멀리 불어오는 푸른 바람이 옥상에 선 요리사의 옷섶에도 스며들면 좋겠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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