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어게인>을 봤습니다. <위플래쉬>에서 괴팍한 음악 선생으로 열연해 ‘완벽한 박자’를 그려냈다는 평을 들은, 천의 얼굴 ‘J.K. 시몬스’가 주인공이죠. 얘기는 평범합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행과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단아하고 담백하게 그려냈습니다.
주인공은 목숨만큼 사랑한 아내를 암으로 먼저 보내고 깊은 슬픔에 빠집니다. 아들과 그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이사를 합니다. 거기서 여자 친구도 만나고, 친구의 도움도 받죠. 하지만 고통은 수백 미터 바닷속보다 깊고, 카카오 함량 99% 초콜릿보다 써 결국 모든 걸 포기하려 합니다. 하지만 뭐, 제목에서 예상하셨겠지만 결국 ‘해피엔딩’입니다.
‘슬픈 영화’에 감히 ‘재밌다’란 평을 달아도 될까 싶습니다만, 상영시간 1시간39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영화 완성도가 높습니다.
전 이 영화를 극장도 아닌, 거실도 아닌, 비좁은 비행기 안에서 봤습니다. 지난 주에 탄 대한항공 여객기에서였죠. 훌쩍이는 제게 물과 과자를 가져다준 이는 승무원이었습니다. 전부터 이들의 지나친 친절이 불편했던 ‘1인’이 접니다. 무릎을 꿇는다거나, 미소는 미소인데 왠지 100년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방부제 뿌린 듯한, 정이 안 가는 웃음과 친절. (제 개인 소견입니다만)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표정을 발견했습니다. 밝고 경쾌해 보였습니다. 제 손엔 ‘대한항공 직원들 총수 퇴진 촉구’란 제목의 기사가 실린 신문이 들려 있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든 이들의 ‘가면’ 쓴 사진에서 그동안의 고통도 어렴풋이 느껴졌습니다. 어쨌거나 이들도 ‘해피 어게인’ 하길 바랍니다. 그 바람을 담아 이번 호엔 그들이 선택한 ‘자유의 공간’ 광화문 광장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 먹고 마시고 놀거리가 많은 그야말로 ‘뜨는’ 강북의 명소가 되어 있더군요.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