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를 제 몸의 수십 배(?)에 이르는 극장 화면에서 본 적은 없습니다. ‘으악’ 소리치다가 혼절할 게 뻔해서죠. 그렇다고 호러 무비의 지존들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제겐 <컨저링>이 지존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 제임스 완의 데뷔작 <쏘우>도 혼을 놓아버릴 정도로 재밌게 본 터라 2013년 개봉 당시 기대가 컸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훌륭한 영화였죠.(물론 극장이 아닌 아늑한 집 거실에서 스탠드 등까지 켜고 내려받아 봤더랬지요. 소파의 솜뭉치를 뜯어가면서요.)
<컨저링>은 이렇다 할 잔인한 장면 없이도 극한의 공포를 불러일으켜 화제가 됐습니다. 그 이유엔 아마도 1970년대 미국의 실화 ‘해리스빌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일 겁니다. 실화가 주는 강한 임팩트가 관객을 빨아들인 거죠.
몇주 전 이정국 기자가 ‘정신병원 괴담’을 담은 영화가 곧 개봉하고, 그 소식이 벌써 퍼져 세간의 화제라면서 ‘ESC’가 다뤄보면 어떠냐고 물어왔습니다. 아무리 ‘실시간검색어’에 여러 차례 올랐다고는 하나 <컨저링>이 떠올라, 화창한 봄날 독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죠. <곤지암>은 <컨저링> 같은 실화는 아니지만 실제 공포체험 장소로 회자되는 곳의 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의 이런 의견에 이 기자는 다른 얘기를 하더군요. 공포물 <곡성>이 오히려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며 곤지암도 구경할만한, 볼만한, 먹을만한 곳이 많은 서울 근교 여행지라는 겁니다. 괴담의 진원지로 소개하기보단 영화 개봉 전에 당일치기, 가벼운 걷기 여행지로 소개하자는 겁니다.
그가 발견한 곤지암은 의외로 소담하고 아담한 걷기 길이 많은 ‘짠내투어’가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곤지암의 대표 먹거리 ‘소머리국밥’도 소개합니다. 혹여 댕강 자른 소머리와 공포영화를 연결하진 않으시겠죠?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