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향이네 식탁
시간이 자본이 되는 시대입니다. 영국 랭커스터대의 이언 워커는 3분간의 양치질을 49센트의 가치라고 했다고 합니다. 영국인들의 평균 임금에 견줘 낸 결과라는 겁니다. 그만큼 시간의 환금성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거죠.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등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혹은 궁금증이 폭발할 것 같은 신기술은 결국 시간을 줄여 자본을 더 축적하자는 혁신이 아닐까요. 18세기 미국의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어찌 지금의 현실을 알았을까요. 그는 1748년 ‘젊은 사업가에게 주는 충고’란 글에서 ‘시간은 곧 돈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썼습니다. 물론 ‘돈’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라 ‘시간’의 귀중함을 강조한 말입니다.
한때 청순가련형의 치렁치렁한 생머리 여성들이 패션 주도권을 잡고, 연애 시장의 대장주로 등극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해봤지만 긴 머리를 다듬고 수리공사하는 데는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슬쩍 부는 봄바람에도, 설사 미세먼지와 황사가 낀 바람에서라도 그 생머리가 ‘알음’답게 날리려면, 그래서 콕 찍은 ‘내 남자’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들려면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시간이 든다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곧 금이라는 시대에 그런 머리가 가당키나 할까요.
요즘 티브이, 웹툰, 영화 등 대중문화의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찰랑거리는 단발입니다. 청순가련형이 청승미련형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여성들은 머리를 자릅니다. 독립적이고 당차 보입니다. 물론 매일 아침 꽃단장 시간도 줄여줍니다. 그래서 ESC가 준비했습니다. 미투(Me Too! 나도 말한다) 시대에 고루한 아재철학으로 무장한 남자들의 긴 생머리 로망을 채워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남자도 여성 단발 스타일을 하면 야성미가 넘쳐 더 멋있게 보인다는군요. 꽃 피기 전에 헤어숍으로 당당히 나서보실까요.
박미향 팀장 mh@hani.co.kr
<한국방송>(KBS)의 <그들이 사는 세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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