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네트워크 빙글(vingle)을 보다가 재밌는 글을 발견하고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한 가지 공포(?)를 알게 됐어요. ‘한국에서는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에요’(Koreans add a year as soon as babies are born).
‘미드에 겁나게 나온다는 단골표현 600개’란 제목의 글 안에 있더이다. 그저 배시시 웃었어요. 한국식 나이 셈법이 외국인들에겐 신기하거나 황당하거나 심지어 무섭기까지 한 듯해 웃음이 났죠.
그걸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불편한 나이 셈법을 만 나이로 통일합시다’ ‘한국식 나이 폐지’ 등 120개 넘는 청원들이 올라와 있더군요. 살짝 웃다가 청원 이유를 읽고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익숙했던 그 셈법엔 다소 심각한 사회적 마찰이 숨어 있더군요. 나이에 집착하게 해 ‘꼰대문화’ ‘서열지상주의’를 조장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은 지나친 과장이나 경계로 보이지 않았어요.
예전 대기업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한 이의 경험담이 생각났습니다. 첫 회사 행사에서 아무도 나이, 전공 등을 묻지 않더라는 겁니다. 대신 취미, 많이 다닌 여행지, 최근 본 영화 등만 물어 다소 당황했다고 했어요. 그도 처음 만난 동료를 파악하기 위해선 상대의 얘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결과적으로 더 친근해졌고, 이후 업무를 분담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됐다고 해요.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자 국민청원 누리집을 더 살피게 됐어요. 중요한 국가적 사안에 대한 청원도 있지만 피식 웃게 하는 위트 넘치는 것들도 많더이다. 며느리를 명절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달라는 취지의 청원도 발견했어요. 설 연휴를 맞아 ESC가 생활형 박장대소 청원들을 모아봤습니다. 독자님도 고소한 전 한 점 드시면서 ‘나라면 어떤 청원을 해볼까’ 한번 생각해보시죠.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