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향이네 식탁
모성애라고는 ‘1’도 없다는 제 친구가 어느 날 뜬금없이 연락을 해 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표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제가 구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친구도 자신의 결정에 확인도장을 받고 싶었던 거죠.
이유인즉슨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평생 보기 힘든 봅슬레이, 스키 등 겨울스포츠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겁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눈밭의 승부가 아이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거죠.
경험이 소중한 가치가 된 세상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도 체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배움입니다. 자신의 감각을 총동원한 특별한 경험은 잊히지 않죠. 겨울올림픽에 관심을 갖는 이가 그뿐만은 아닐 겁니다. 가장 추운 겨울에 가장 뜨거운 열기가 청국장찌개처럼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경기도 보고 강원도 여행도 하면 어떨까요? 임도 보고 뽕도 따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여행 말입니다. 볼거리, 먹을거리, 타고 즐길 거리 등을 촘촘히 준비했습니다. 개썰매나 전통 스키도 있다는군요.
5년 전 노르웨이 라보에서 사미족이 끄는 개썰매를 타고 신나게 달린 적이 있습니다. 긴 눈발이 제 볼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고통스러운 추위도, 푹푹 빠지는 눈 덩어리도 이렇게 기쁨이 될 수 있어! 인생사 일희일비하지 말고 살지”라고 조언해주는 듯했죠. 문득 평창의 개썰매도 우리에게 그런 말을 걸지 않을까요?
참, ESC가 다음주 한 주 쉽니다. 알파벳 키워드 시리즈가 끝나고 더 새로운 주제로 독자님들께 다가가기 위해 힘찬 준비를 하려 합니다. 한 주 만날 수 없어서 아쉽다고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꾸벅! 감사합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
노르웨이 사미족의 개썰매. 박미향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