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가족이 새해부터 요상한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습니다. ‘미향언니 바른 술 생활’이란 큰 글자가 떡하니 걸린 간판 사진이었죠. 거기엔 간곡한 청이 담겨 있었어요. 새해가 되면 결심 한두 가지는 하게 마련입니다. 올해는 술과 함께한 긴 세월을 잠시 접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새해 계획은 지난해를 돌아보는 게 출발점이죠. 2017년엔 즐거운 일이 한 가지 있었어요. 9월쯤
<초등독서평설>이란 잡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독자가 초등학생인데 음식기자라는 직업의 세계를 다루려고 해요.” 초등학생이 본다는 사실에 호기심과 재미가 발동했어요. 하지만 정작 당황스러웠던 일은 인터뷰보다 사진 촬영이었습니다. 사진기자는 “초등학생이 보는 것이니 어린이처럼 포즈 해주세요”라고 했어요. 몇차례 야단(?)을 맞고서야 아이처럼 포즈를 취했습니다. 손가락을 쫙 펴서 흔들고 허리를 옆으로 구부린 채 방긋방긋 웃었어요. “오호 좋아요”라는 기자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금세 민망해지고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나쁜 일을 한 것도, 누구한테 욕을 먹은 것도, 타인을 비난했다고 역공을 당한 것도 아닌데 왜 창피했을까요? 아마도 ‘생각 있는 어른은 이래야 해’, ‘촐랑거리는 행동은 어른의 권위와는 먼 것이야’ 같은 편견이 작동한 게 아닐까요.
이번 호에 등판하는 젊음의 고수들은 그런 생각을 유지하는 한, 한 해 한 해 나이가 드는 어른은 젊어질 수 없다고 합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 예컨대 세상과 이웃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소통하는 것,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소소한 일들을 찾는 것 등이 비법이라고 알려주네요.
우리는 뭐든 닿을 수 없는 것을 열망하고, 그것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 맹렬히 달려듭니다. 품을 수 없을 때 집착합니다. 설핏 젊음이 그 대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호 ESC를 찬찬히 읽어보시면 젊음은 생물학적인 나이와 상관없는, 누구나 만질 수 있는 그 어떤 것입니다. 올해 젊음을 유지하는 계획을 세워 봅시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