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로버섯 냄새가 나.” “사각사각 산기슭 밟는 소리도 들려.” “아, 이 음악! 눈물 나. 돌아가신 엄마의 자장가였어.” 지난 2월 중순, 저는 중국 상하이의 33㎡(10평)도 안 되는 방에 다른 10명의 사람들과 함께 갇혀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둑한 상자 같은 그곳에서 쉼 없이 떠들어댔죠. 사실, 갇혔다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자발적인 선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녁 7시30분부터 밤 11시가 넘도록 빠져나올 수 없었다는 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른다는 점에서, 이곳의 위치가 전혀 파악이 안 된다는 점에서 갇힌 것과 진배없었죠. 저흰 이 공간의 주인이 제공하는 차에 그저 실려 도착했어요.
음식기자가 아니었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결정을 당시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한 끼를 파는 레스토랑 울트라바이올렛. 그곳을 간 거죠. 평균 6000위안(100여만원). 가격이 놀랍지만, 사실 이 레스토랑은 돈과 바꿀 수 없는 특별한 그 무엇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많은 미래학자도 찾는 곳이라니 음식기자가 돼서 욕심을 안 낼 수가 없었죠.
자,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볼까요? 총 4막으로 이뤄진 식사의 첫번째는 ‘바다’였습니다. 마주한 벽은 혹등고래가 헤엄치는 바다가 됐고, 폭풍 전야에 울부짖는 파도 소리가 들리더니 코에 닿는 냄새는 비릿하고 짠 포구의 조개껍질이었습니다. 인생사 놓아버린 듯 심드렁한 목소리로 주문받던, 짙은 화장의 남도 선술집 여주인이 생각났습니다. 그의 깊은 주름은 저의 뇌에만 새겨진 인생의 한 모퉁이였는데 불현듯 그날 그 장소에서 떠올랐습니다. 그놈의 짠 냄새 때문에 말이죠. 스폿 조명 아래 나타난 전복은 <보바리 부인>의 바람둥이 로돌프인 양 저의 첫 남자 행사를 하며 유혹하더군요. 베이징 오리구이를 파는 포장마차가 벽을 열고 나오고 이탈리아 ‘트러플 헌터’(송로버섯 사냥꾼)만이 잡아내는 향도 났어요.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한 편의 오페라였습니다. 오감 자극 레스토랑.
이 공연의 진두지휘자인 요리사 폴 페레(53)는 공연을 마치고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한 끼를 만드는 스태프는 총 25명. 그중 주방일꾼은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미래학자들이 주목한 지점이 여깁니다. 인공지능도 넘보기 힘든, 원초적인 식욕의 최전선에서 기술과 만난 체험은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의구심, 탐구 그런 거죠. 이번 호 주제인 가상현실(VR)도 폴 페레의 도전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의 가상현실로 만든 공연이 저를 바꿨듯이 우리 턱밑까지 파고든 브이아르가 지구를 다른 세상으로 바꾸지 않을까요?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