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1’도 없어.” 며칠 전 음식업계 ‘선수’들 모임에서 한 음식프로그램 방송작가가 한 말입니다. 그의 주장은 지난달 8일 발표한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어떤 레스토랑이 별점 3개를 받았는지, 지난해 별 받은 레스토랑이 올해는 빠졌는데 왜 빠졌는지 등에 대해 환호도 논란도 없다는 거죠. “발표 후, 별을 받은 레스토랑 예약하려고 전화하니 자리가 많다고 했어.” 통상 외국은 예약 통화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발표 날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방한해 한국의 온갖 미디어가 그와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앞다퉈 보도하던 때이긴 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식당 평가서가 아스팔트 먼지만큼의 취급을 받는,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 경지(?)에 오른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겁니다.
지하 야구방에서 이정국 기자가 야구공을 치고 있다.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한편 미쉐린 가이드 쪽은 별점 발표 일주일 전 ‘빕 구르망’(Bib Gourmand. 가성비 좋은 대중식당)을 발표했습니다. 1인당 3만5000원 이하의 가격과 맛이 기준입니다. ‘남포면옥’, ‘대성집’, ‘하동관’, ‘황금콩밭’ 등 익숙한 식당들이 올랐습니다. 그 방송작가는 “그런데 빕 구르망에 오른 옥동식(돼지국밥집)은 2시간 줄 섰어”라고 했어요. 논란도 있었습니다. 한 베트남 음식점이 대상이었습니다. 지난해부터 프랜차이즈 지점을 빠른 속도로 늘리는 식당이 목록에 들어가는 건 매우 이례적인 것이 아니냐는 일부 미식가들의 주장이 에스엔에스(SNS)를 타고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올해 그리고 아마도 2018년 역시 트렌드 키워드가 될 ‘가성비’가 ‘미쉐린’에도 영향을 미쳤나 봅니다. 가성비 기준으로 별점 레스토랑은 그야말로 별나라 식당이고 빕 구르망이야말로 ‘얘기가 되는 식당’인 거죠. 한국의 소비자는 똑똑합니다.
이번 호에 다룬 지하 놀이터에서도 충분히 증명됐습니다. 양궁장, 테니스장, 야구장, 런닝맨 체험장, 브이아르(VR) 게임방 등은 1인당 대략 1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30분~1시간 정도 신나게 놀 수 있는 곳들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에서 거의 처음 소개됐을 법한 지하 테니스장은 생긴 지 몇 달 안 됐는데 만석 행진이라는군요. 눈이 보슬보슬, 영하의 추위가 팍팍 파고드는 이 겨울, 지하로 내려가 보시죠. 주머니 무거울 필요가 없습니다.
박미향 팀장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