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국제도시 가운데 조성된 호수 공원에서 스포츠 카이트를 날리는 이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은 도시여행 전문가들이 손에 꼽는 여행지입니다. 고개를 90도 들어 올려다봐야 겨우 그 끝이 보이는 ‘마천루의 숲’ 서울 한가운데 고즈넉하게 자리한 옥인동, 그 언저리에 미술관이 있습니다. 미술관 모습이 세련된 서울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택의 역습’ 자체입니다. 좁은 골목에 폭 파묻힌 미술관은 타임머신인 듯 첫발을 디딘 여행자를 과거로 보내 버립니다. 삐걱, 삐걱…. 발뒤꿈치를 든 채 살금살금 걸어도 낡은 마룻바닥에서는 세월에 닳아 버린 소리가 나죠.
1937년 건축가 박길룡이 지은 가옥으로 박노수 화백이 40여년간 거주했던 곳입니다. 현재는 박 화백이 기증한 작품, 그가 수집한 고미술품·고가구 등 1000여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전시품보다 여행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건 집 곳곳에 있는 ‘옛것’입니다. 구닥다리 조명, 누런 벽 등 80년 세월이 묻은 ‘옛것’은 그것 자체가 예술품입니다. 살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옛것’은 삭막한 도시인들의 작은 쉼터죠. 이번 호에 준비한, 수백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우리네 연(카이트)도 같은 이유로 지금 현대인들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는군요. 직접 날려 하늘 높이 뜬 연을 보고 있노라면 구름 위 고요와 깊은 바닷속 평화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젠 새로운 장르인 ‘스포츠 카이트’에 도전하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는군요. 가을 하늘 내가 만든, 내가 날린 연으로 수놓아 보시길. 가을바람이 친구가 되어줄 겁니다.
참, 이번 호에 처음 등장한 ‘웹소설 읽어주는 남자’는 격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모바일 시대, 매년 쑥쑥 크고 있는 웹소설 분야의 이모저모를 소개합니다.
박미향 ESC팀장 mh@hani.co.kr
※ESC 커버스토리 주제는 매주 알파벳 순서로 정해집니다. 다음 호 주제를 알아맞힌 분께는 ’써모스’ 진공단열 휴대용 텀블러를 드립니다. 보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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