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기자가 작성한 만다라트. (*누르면 확대됩니다.)
계획을 실천하는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최근 각광받는 것이 ‘만다라트 기법’(MANDALA-ART)이다. 일본 디자이너 이마이즈미 히로아키가 1987년 불화 ‘만다라’의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고안했는데, 일본의 투수 오타니 쇼헤이(23·닛폰햄 파이터스)가 ‘목표 달성법’으로 활용해 유명해졌다. 오타니는 고교 1학년 때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목표로 만다라트를 만들었고, 2년 만에 일본 구단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성공을 이뤘다.
만다라트는 ‘가로 3×세로 3’으로 이뤄진 9칸짜리 사각형 9개가 기본 형태다. 사각형 9개 중 가장 중심 사각형의 중심칸에 제일 중요한 목표를, 이를 둘러싼 8칸에 그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세부목표들을 적는다. 이렇게 되면 한가운데 사각형 하나가 채워진다. 가령 오타니는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이루기 위한 세부목표로 ‘몸 만들기, 제구, 구위, 멘탈, 스피드, 인간성, 운, 변화구’의 8가지를 적었다. 채워진 사각형을 둘러싼 8개의 나머지 사각형은 이 세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적는 부분이다. 각각의 사각형 중심칸에 세부목표를 적고, 이를 둘러싼 8칸에 이 세부목표를 이룰 수 있는 행동계획을 쓰면 된다. 이런 만다라트의 장점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64개까지 확장해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를 실천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새해를 맞아 직접 ‘만다라트’를 작성해 봤다. 가장 가운데 칸에 새해 목표인 ‘멋쟁이’(
표 참조)를 적었다. 조금 유치하지만 아내, 엄마, 며느리, 직장인, 여성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건강, 지식 등을 포괄하는 상징적인 의미다. 세부목표로 부모님, 건강, 가정, 인간성, 지식, 습관, 돈, 이웃을 채워 넣었다. 만다라트를 작성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목표들을 중심으로 해야 할 일, 주의할 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 등 일상에서의 생활방식과 작은 습관까지 64가지 행동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한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 꿈과 인생목표를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은 예상치 못한 수확이다. 그동안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반성도 했다.
만든 만다라트는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다. 틈나는 대로 64가지 행동계획을 상기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특히 ‘가정’ 목표를 위한 지침인 가족과의 대화, 잔소리 안 하기, 함께 공부하기 등은 그 이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실천했다. 에스엔에스 줄이기, 집에서 스마트폰 끄기 등과 함께 하니 효과가 배가됐다. 오타니는 방송에 출연해 “계획을 세워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목표가 아니라 작은 실천이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