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재미로 보는 ‘목표달성 유형’
어느덧 새해가 20일 가까이 지났습니다. 새해 결심은 잘 지키고 계신지요? 생각만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고요?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심중독>을 쓴 최창호 박사에 따르면 작심삼일은 누구나 겪는, 또 겪을 수 있는 ‘아픔’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리처드 와이즈먼 하트퍼드셔대학 교수가 2007년 영국인 3000명을 대상으로 새해 결심 이행률을 실험한 결과, 12%만이 자신의 새해 결심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어떤 결심을 하고 행동에 옮길 때는 그동안 뇌가 익숙했던 패턴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면 새로운 습관을 들일 수가 없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작심삼일의 굴레를 쓰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당신의 계획은 왜 작심삼일로 끝나고 마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당신이 ‘실천의 왕’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 완벽주의형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기를 원한다. 결심을 세우면 예외 없이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결심을 어겼거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을 땐 이를 ‘실패’로 규정짓고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하는 유형.
☞해법
‘깨끗한 성공’, ‘무결점의 성공’ 말고 ‘결점이 있는 성공’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중간에 결심을 지키지 못할 때 실패가 아니라 실수로 받아들이고, 계획을 보완해 다시 시도하겠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해야 한다. ‘중단 없는 실천’이나 ‘후퇴 없는 전진’과 같은 비현실적인 환상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의 과정에서 일시적 후퇴나 잠정적 멈춤은 자연스런 과정이다.
■ 벼락치기형
12월초부터 내년 다이어리를 고르고, 새해 목표도 번호를 매겨 세우는 등 과도한 ‘시작의식’이나 준비에 매달린다. 하지만 정작 실행은 학창시절 시험 벼락치기처럼 한다. 결심을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나 조건 등 세부 계획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큰 고민 없이 자신이 결심만 하면 얼마든지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한다. 작심삼일이 됐다 해도 ‘올해 안에만 하면 돼!’ 개의치 않는 유형.
☞해법
계획 실천에 따르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과 현실적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자. 가령 몸무게 5㎏ 감량이 목표라면 ‘연말에 몰아서 하면 돼’라며 미룰 게 아니라 ‘1~3월 식단조절·운동 병행해 1주일에 0.5㎏씩 감량, 4~6월 운동으로 유지’ 이런 식으로 세부 목표를 세워라. 목표를 하나둘씩 성취하며 결심을 지속·확대할 수 있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도전 과제를 세우고, 자신의 생활 습관과 의지에 맞춰 계획을 수시로 변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작심삼일이 122번이면 1년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결심중독형
쉽게 결심하고, 충동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남들이 다 하는 건 나도 해야 한다는 심리로 새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자주 결심하는 만큼 실패도 반복한다. 여러 차례의 실패와 좌절로 인해 의지력이 크게 부족하거나 고갈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실패를 만회하려는 조바심 때문에 또다시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 쉽다.
☞해법
1년간의 장기 계획이 아니라 일주일 또는 3~4일 동안 실천하는 짧은 계획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으로 결심의 수위를 낮춘다. 작아도 성공의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성공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의지력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집이 엉망이라면 올 1년 동안은 집청소를 열심히 하자는 계획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벗은 옷은 아무 데나 걸쳐두지 말고 옷걸이에 걸어놓기’, ‘사흘 동안 잠자기 전 물티슈로 책상 닦기’ 등과 같은 작은 계획 여러 개를 실천하는 것이다.
■ 내적동기 부재형
평소 ‘팔랑귀’라는 말을 듣는다. 일상이나 생활 습관의 변화를 꺼린다. 어떤 목표나 일이 주어지면 잘할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일이나 목표를 찾아 하지는 않는다. 새해 계획을 세우지만 애초부터 이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도 없고, 심지어 자신이 왜 그걸 하려 하는지 절실한 이유도 없다.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해가 바뀌었다고 습관적으로 계획을 세우거나 “금연해”, “운동 좀 해”라는 주변 사람들의 몇 마디 말에 일단 계획부터 수립하고 본다. 그렇기에 계획을 세운 것만으로 위안을 삼는 경우가 많다.
☞해법
자신이 원하는 일과 삶의 목표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한다. 새해 계획의 실천 방법보다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자기만의 이유와 비전, 목표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해야 하니까’로는 실천을 이어나갈 수 없다. 새로운 계획은 자신에게 절실히 중요한 것이라고 느껴야만, 즉 내적 동기가 뒷받침되어야만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게으름형
“바빠서”, “내일부터 하려고”,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려고” 등의 핑계를 대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망설이고, 실천을 미룬다. 평소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게으르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삶의 뚜렷한 목표도 없고, 지금 상태에 만족한다. “앞으로 뭘 하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같은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새해 목표를 세우긴 하지만 솔직히 지켜도 그만, 지키지 못해도 그만이라고 여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모레로, 글피로 계속 미루는 유형.
☞해법
‘의도성 체감의 법칙’에 따르면, 지금 할 일을 미룰수록 실천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 계획을 미루다 보면 나중엔 그 목표 자체를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미루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게으름은 늪과 같다. 초기에 빠져나오면 탈출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들어진다. 벤저민 플랭클린의 명언대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참고도서 <굿바이, 게으름>(문요한 지음, 더난출판 펴냄), <결심중독>(최창호 지음, 스노우폭스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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