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돌아오는 길,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공사 현장을 지났다. 또 얼마나 많은 나무가 잘려나갔을까? MOLA 제공
올여름 중 가장 더운 날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저녁 7시 서울에서 정동진을 향해 달렸다.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서울 도심의 도로를 30분쯤 달렸을까.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러다 서울을 벗어나기 직전 아주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주변을 돌아보니 야트막한 산과 공원이 있었다. 가장 더운 날이어서 그런지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어느 때보다 상쾌하게 느껴졌다. 미사리를 지나 남양주의 한강변으로 난 도로를 달리자 강바람이 선선했다. 분명히 서울 도심은 낮 동안의 열기를 그대로 머금은 채 열대야를 향해 치달을 텐데, 산과 강이 굽이진 공간은 전혀 다른 공기를 품고 있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렸다. 경기도를 벗어나 강원도 횡성을 지났다. 6번 국도였다. 해가 완전히 지고, 어스름한 빛마저 남지 않은 때였다. 서울과 경기도를 빠져나오며 긴장한 마음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 고개를 돌려 밤하늘을 보았다. 그곳엔 너무 맑은 눈썹달과 촘촘히 박힌 별들이 펼쳐져 있었다. 마음이 한 번 쿵 내려앉았다. 야간 라이딩을 하며 기대했던 풍경이었으나, 그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멀리, 짧은 순간 별똥별이 떨어졌다. 빛이라곤 나의 바이크와 함께 출발한 친구의 바이크, 이렇게 두 대의 바이크에서 내뿜는 약한 빛밖에 없는 곳이었다. 강원도의 일반국도는 완만한 오르막 커브들이 이어져서 신나게 라이딩도 즐길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헬멧 쓴 고개를 옆으로, 위로 살짝 돌리기만 하면 밝은 별 박힌 커튼이 하늘거리는 듯한 기분을 온몸으로 느끼곤 했다.
횡성을 지나 평창에 진입했다. 국도 야간 라이딩의 재미가 이어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갑자기 비포장에 가까운 길이 짧은 구간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데다 밤길이었기 때문에 바이크 조작이 조금만 늦었으면 넘어질 뻔했다. 이어지는 풍경은 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인 평창의 모습이었다. 거의 모든 구간이 공사 중이었다. 밤 시간이라 공사는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 참혹했다. 공사 중이라면 흙먼지가 덮어버렸을, 베어진 나무의 냄새가 자꾸 풍겼다. 산속에 나 있는 국도를 넓히려면 당연히 기존 길 주변의 나무를 뭉텅뭉텅 베어냈을 터였다. 그 냄새는 이제까지 달려온 국도 주변 산에서 풍겨온 그것과 완전히 달랐다.
브라질에서 올림픽 소식이 들려왔다. 경기 소식에 앞서 심각한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에 찌든 브라질의 모습이 뉴스로 전해졌다.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산허리와 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 새까만 아스팔트가 깔리고 있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는 ‘올림픽’이다. 전세계 지구인들의 평화를 위해? 스포츠 정신을 아로새기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그런 가치를 위해 우리는 이토록 무자비하게 자연을 파헤치고 있는 것인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이상기후라도 닥치면 동계올림픽을 제대로나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말이다.
심란한 마음으로 평창을 지나 드디어 강릉에 들어섰다. 풍력발전기가 ‘휘잉~’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바람은 저렇게 또 우리를 돕고 있었다. 서울~정동진 라이딩의 하이라이트, 대관령 옛길을 올랐다. 대관령 정상에 올랐다 내리막을 타는 순간이었다. “우아아아악! 어떡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촘촘하다는 말로도 설명되지 않았다.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렇게나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는 자연에 고마워할밖에. 내년이면 넓어진 국도를 타게 될 것이다. 반갑지가 않다. 자연과 가까운 길, 그런 길이 조금이라도 덜 사라지길 바라며 바다를 향해 달렸다.
바이크에 빠진 M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