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를 타려면 간단한 자가 정비 기술을 익혀두는 게 좋다. MOLA 제공
쌩쌩 잘 달리던 혼다 크로스커브가 요즘 좀 이상하다. 장마를 겪고 나서 생긴 증상인 듯 보이는데 뒷브레이크를 잡으면 전에 없던 ‘끼익, 끼이익~’ 하는 소음이 생겼다. 가속을 했을 때 엔진에서 나는 소리도 조금 답답한 소음으로 바뀌었다. 속도를 높이려고 기어를 3단에서 4단으로 올리면 부드럽지 않은, 마른 소음이 전해져 온다.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니? 걱정된다. 한편으론 다른 생각이 든다. 아니, 중고 바이크도 아니고 신차인 네가 벌써 이러면 어떡하니? 좀 야속하달까? 배신감이 든다.
못 타고 다닐 정도의 증상은 아니었다. 위험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급하게 약속 장소로 가려고 나서면서 싹 사라지고 만다. 예상대로 바이크는 별일 없이 목적지까지 잘 달려주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여전히 크로스커브는 잘 달리고,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아차!” 하는 소리가 육성으로 터져나왔다. 크로스커브의 계기판을 보고 나서였다. 엔진오일을 갈아줘야 할 때가 한참 지나 있었다. 바이크는 엔진오일을 자주 갈아야 하는 편이다. 처음 엔진 길들이기를 할 때는 500㎞를 달리고 나서 갈아줬다. 엔진 길들이기 기간이 지나고는 1000㎞마다 한번씩 갈아주면 된다는 조언을 바이크 수리 전문가로부터 들었다. 그런데 지난번 엔진오일을 갈고 1500㎞나 지났던 것이다. 엔진 쪽에서의 마른 소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소음은 엔진오일만 갈아줘도 금세 개선된다. 물론 엔진오일을 늦게 갈아준다고 해서 바이크 주행 때 위험해지는 것까지는 아니다. 엔진이 부드럽게 작동할 수 없어서 무리가 조금 갈 뿐.
생각해보니 바이크의 여러 소음에 야속한 마음을 가졌던 ‘내’가 문제였다. 애지중지하던 새 바이크를 탄 지 6개월이 지나니, 초심은 오간 데 없고 꾸준히 잘 관리해서 오래 타겠다던 마음도 흩어져버렸다. 처음엔 1000㎞를 달릴 때마다 꼬박꼬박 엔진오일을 갈아줬고(심지어 엔진오일이 깨끗했음에도!), 여유가 될 때면 바이크 정비소에 가 브레이크와 타이어 등을 꼼꼼하게 정비받았다. 최상의 상태가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꾸준히 좋은 상태를 유지하니 믿고 의지했다. 제주도, 전주, 가평 등등 아주 먼 곳도 걱정 없이 달렸다. 실제로 바이크에 문제가 있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잠깐의 게으름에 바이크는 최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당장 다음주 강원도 강릉까지 가는 데 큰 문제가 없을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마침 갖고 있는 새 엔진오일이 있어서 당장 내 손으로 갈았다.(폐엔진오일은 차량 정비소에서 처리했다.) 직접 엔진오일을 갈고 나니 뭔가 뿌듯했다. 잠시 게을러졌던 마음이 물러나고, 바이크에 대한 애정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직 뒷브레이크의 끼익거리는 소리는 잡지 못했다. 강릉으로 출발하기 전 정비소에 꼭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먼저 돌아봤어야 했다. 바이크 상태를 걱정하고 야속해하기 전에, 게으름을 핑계로 바이크의 크고 작은 변화를 모른 체한 나 자신을 먼저 떠올렸어야 했다. 그건 어떤 유형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인간관계에서도 그것만 갈면 삐거덕대던 사이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는 엔진오일 같은 게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니 영영 ‘나’를 먼저 돌아보는 수밖에 없다. 나의 크로스커브가 7개월 아닌, 70개월이 지나도 믿음직한 바이크일 수 있을까? 내가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들은 언제까지나 견고할 수 있을까? 결국 ‘나’의 마음가짐이 문제다.
바이크에 빠진 M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