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요즘 주말 대세는 장터다. 딱 1년 전 동대문운동장 자리였던 동대문 역사문화 장터에서 열렸던 예술인들의 장터 ‘봄장’을 취재하면서 장터 재미에 눈을 떴다. 그중 한 미술가가 한복 만들고 남은 조각을 모아 만든 카네이션에 덜컥 반했다. 카네이션을 주면 채소로 바꿔오라던 우리 어머니도 아직까지 그 꽃만은 애지중지 간직하고 계신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없는 물건을 파는 곳, 물건이 여기 온 내력을 듣는 곳, 이게 요즘 유행하는 도시형 장터다. 서울시에서는 올해부터 광화문, 서울숲 등에서 ‘농부의 시장’을 열고 있다. 농부들이나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생산물을 가지고 올라와서 파는 곳이다.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는 예전부터 필리핀 식재료를 파는 필리핀 마켓이라는 장이 섰는데 얼마 전부터는 그 근처에서 ‘농부와 요리사의 도시 장터’라는 것도 열린다. 세계 솔 푸드 박람회장 같다. 우리나라 여자와 결혼해서 사는 프랑스 남자가 만든 햄, 일본 남녀가 만든 피클들, 세계의 소스들.
물건이 귀한 대접을 받아서일까. 온라인에서 지르던 버릇, 오프라인에서도 못 버리는 내가 이런 장터에 가면 꼭 하나만 골라 나오곤 한다. 지난번 요리사 장터에서 고심고심해서 집어든 아몬드 밀크 한병을 한달 안에 비웠다.
지난 주말 돌아보니 메일로 받은 특가 소식이 웬수였다. 농·수·공산품 가리지 않고 샀지만 무엇을 샀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러니 다음주에는 마우스 버리고 장 보러 나가게 되길. 제~발!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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