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컵라면 플리즈~

등록 2013-04-24 18:41수정 2013-04-25 11:16

[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암스테르담을 출발한 비행기 안. 케이엘엠(KLM) 항공기 안에는 한국인이 제법 많다. 대부분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한국인 젊은이들이었다. 내 옆자리도 예외는 아니라 애정을 분 단위로 과시하는 커플이 있었다. 귀여웠다. 신부는 세관신고서 작성에도 아주 정성을 다한다. 한국인 승무원까지 불러 남은 돈 신고까지 묻는다. 나의 첫 해외여행이 떠올랐다.

기내식에 만족을 못한 나는 승무원에게 컵라면을 주문해 먹었다. 물의 양이 많아 제맛을 느끼긴 어려웠지만 감지덕지했다. 먹을거리의 위력은 맛에 있지 않다. 향이 들쑤시는 꾐은 가공할 힘을 지녔다. 옆자리 신랑이 침을 꼴깍 넘기더니 승무원을 불렀다. 곧잘 “예스”, “노”를 하던 그는 노랑머리 외국인 승무원에게 “컵라면 플리즈”를 외쳤다. 승무원은 못 알아듣는다. 재차 말한다. “컵라면 플리즈”, “컵라면 플리즈”. 요상한 무중력 상태가 이어졌다. 보다못한 내가 승무원에게 “인스턴트 누들”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승무원이 “아, 오케이” 외친다. 주말이면 그날이 자꾸 떠오른다. 그나 나나 영어에 무력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번씩 외국출장이나 낯선 나라 여행을 다녀오면 영어 공부를 결심한다. 요즘은 현지인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인도 흔하다. 주말마다 결심한다. 다음번 출장에서는 유창하게 영어를 질러대겠다고! 통역을 통하지 않고 인터뷰해대겠다고! 그래서 주말에 또 뒤진다. 영어 학원을, 영어 무료채널을, 영어 팟캐스트를, 영어 강사를. 영어에 관한 조언을 해줄 선배에게 전화도 돌린다. 영어 배우기는 한동안 나의 ‘주말 어쩔거야’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안철수, 먼길 돌아 국회로
통신비 아끼려…‘유심 단독개통’ 급증
매콤한 아프리카 볶음밥 입맛 돋네
직장인에게 SNS란? “상사가 볼까봐 스트레스”
[화보] 국회입성 안철수의 미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