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보냈다면 토요일 아침 책임감의 무게는 두배다. 주말이라도 집과 가족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준칙이 직장 다니는 엄마를 깨운다. 하루를 보낼 곳을 급히 물색해야 하는 엄마들에게 놀이공원이나 실내놀이터는 영원한 친구다. 아니, 친구라는 것은 엄마들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지난겨울 어느 추웠던 주말, 서울시내 어린이들은 다 모인 듯한 커다란 실내놀이터를 찾았다. 밟히는 게 사람인 그곳에서 유독 북적이는 곳이 있었으니 아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코너였다. 우리 아이도 타고 싶어 해서 긴 줄에 동참했다. 우리 차례가 거의 다 될 무렵, 진행요원들이 일일이 아이를 자동차에 태워 미끄럼틀에 올려주고 밀어주고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말하자면 인간 동력으로 움직이는 청룡열차랄까. 이십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진행요원들의 표정을 보는 순간 그만 줄에서 나가고 싶어졌다. 이 많은 아이들을 언제 태울까. 두번 타겠다는 아이들은 또 어쩌란 말인가.
커다란 튜브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아이들이 작은 배를 타고 동동 떠다니는 코너도 있었다. 이곳의 진행요원은 하루 종일 찬물에 발 담그고 서서 배를 민다. 아이들이 회전기구에 매달리면 돌려주는 사람도 있다. 실내놀이터는 인간 모터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어려 다치기 쉬운 탓일 게다. 무지막지하게 할인되는 입장료를 생각해보면 그들이 받는 보수도 그리 높지 않을 것 같다. 너무 늦게 알았다. 이젠 놀이 시장에서 은퇴할 때가 됐다. 다행히 봄이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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