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3년 전의 3월10일은 아이가 태어난 지 삼칠일 되는 날이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꿈틀거리는 작고 연약한 생명체에 불과했던 아이가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날이었다. 겨울에 갑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져 출산하는 병원에 오시지 못한 친정아버지에게 아이를 보여드리러 가기로 한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결국 아이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3월 초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던 아버지가 삼칠일 이날,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니 보여드리기는 했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병원 쪽 이야기를 듣고는 눈물 바람으로 아이 사진을 인화하고, 아이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던 선배를 닦달해 이름을 지어서 삼칠일 전날 아버지의 병실에 붙여놨다. 그날 밤 가족들은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임종을 지키고 싶었지만 식구들은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나를 걱정해 집으로 가기를 강권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3월의 서울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렸다. 그리고 새벽 4시쯤 임종 소식을 들었다.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만 같던 일도 살다 보면 재빨리 현실이 된다. 아이에게 존 버닝햄의 그림책 <우리 할아버지>를 읽어주다 보면 목이 메어 올 때가 있지만 3년 전 그날이 아득한 옛날 이야기인 것만 같다. 아이를 보여드리지 못했단 죄책감도,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보시지 못하고 떠난 안타까움도 희미해져 간다. 이번주 일요일 추도식에서는 지난해보다 식구들이 흘리는 눈물의 양도 줄어들 거다. 그래도 아빠 잘 계신 거죠?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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