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이 포털 검색순위에 오른다면? 둘 중에 하나다. 스티브 잡스가 지하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성공을 했거나 완전히 망했거나! 지난 2월13일 요리사 레이먼 킴(38)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올랐기 때문이다. 요리전문 케이블방송 올리브티브이의 ‘샘 & 레이먼의 쿠킹타임’, ‘올리브쇼-키친파이터’ 등을 통해 이미 스타 셰프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그였다. 다행히 그는 ‘엄청 성공한’ 편에 서 있었다. 그날은 배우 김지우(30)씨를 배필로 맞는다는 소식을 세상에 알린 날이다. 두 사람은 ‘올리브쇼-키친파이터’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다. 프로그램에서는 구박덩어리였던 김씨가 산도적 같은 셰프의 마음을 뺏었다. ‘미녀와 야수’가 만났다.
레이먼 킴은 캐나다 동포 출신의 요리사다. 그가 운영했던 ‘시리얼 고메’는 그의 요리 철학을 잘 보여준다. 엄격한 정찬이 아니라 캐주얼하고 편한 분위기와 요리를 추구한다.
결혼 발표와 동시에 그의 인생에도 변화가 몰려왔다. ‘시리얼 고메’는 같이 일했던 요리사 제임스 킴에게 넘겼다. 캐나다에서부터 10년 넘게 손발을 맞췄던 이다. 최근 부산에 ‘테이블 온 더 문’을 열었다. 오는 7~8월에는 아내와 같이 운영할 레스토랑도 열 예정이다. “시리얼 고메와 가까운 곳에 열 거예요. 아마도 북유럽식 이름이 될 거 같아요.” 이름이 북유럽식이라고 해서 북유럽 음식을 하는 곳은 아니란다. 아주 재미있는 레스토랑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주제는 ‘돼지고기’! “서양요리의 기초는 돼지고기라고 생각해요.”
그는 세상의 모든 돼지고기 요리를 선보일지 모른다. “돼지고기 등심, 안심, 어깨살 요리도 있고, 소시지·베이컨 등도 직접 만들 생각이에요.” 식탁은 7개 정도 둘 생각이다. 역시 캐주얼하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닭고기를 좋아해, 때가 되면 ‘세상의 모든 닭들’이란 음식점을 열고 싶다고! 문득 그의 행보가 지난날을 생각나게 했다.
그는 벌써부터 예비 신부 자랑이다. “베이킹을 잘해요. 방송에서 못 보여준 모습이 많아요.” 일본식 선술집 ‘베니’(서울 용산구 이촌동)는 그가 예비 신부와 자주 가는 곳이다. 맥주 생각 간절할 때 간다. 어둑한 공간에서 뽀글뽀글 올라오는 맥주 거품처럼 애정을 키웠다. 일이 끝나고 피로를 풀기 위해 가는 단골 맛집도 있다. ‘더(the) 쭈꾸미’(서울 강남구 신사동·사진)는 “정말 매운 것이 먹고 싶을 때 간다”고 한다. “과일과 고추만 가지고 매운맛을 냈더이다.” ‘쭈삼겹’, ‘쭈새우’ 등 여러가지 주꾸미요리와 ‘바삭바삭 군만두’ 등 평범한 안주들도 많다. 그는 광장시장도 잘 간다. 모든 이들이 한잔 술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할 때 셰프들은 잔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선이 굵은 외모 때문에 ‘쿠킹 마초’란 별명이 붙었지만 그는 우악스러운 마초가 아니라 섬세한 맛의 창작자이다. 5월의 새신랑은 행복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