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한 해의 6분의 1이 지났다. ‘이건 아니잖아’ 되뇌어봐도, 가는 건 시간뿐. 30대 초반을 지나면서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난다. 지금도 지나고 있다. 한 해의 결심을 잊은 지 오래다. 하지만 1년 내내 결심을 한다 해도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결심이라도 내내 해보자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제, 진정 봄이 아닌가! 결심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번 주말 해독주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마법의 해독주스를 아시는가? 토마토와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등의 야채를 삶아 과일과 함께 갈아 먹으면 된다. 쉽다. 참 쉬운데, 고백하자면 해독주스를 마시자 결심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주일 전이다. 여전히 나는 해독주스커녕 맹독 즉석식품과 매식으로 매 끼니를 때우고 있다. 5년여 사회생활 동안 내 몸 안에 남은 것은 분명 맹독 성분이 분명한데도, 의지에마저 맹독 성분이 침투했는지 도무지 실천으로 옮겨지지가 않는다.
1주일 전 주변인들은 모두 다 알고 있다. 내가 해독주스를 장복하겠노라 결심한 것을. 그러나 누구도 나에게 다시 묻지 않았다. ‘잘 먹고 있니?’라고. 이제 나는 독자 여러분을 두고 결심해 보기로 한다. 단 4주 동안이라도 해독주스를 마신 뒤, 경과를 보고하도록 하겠다. 이제 물러날 곳이 없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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