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해마다 이맘때, 정월 대보름날 저녁, 볏가릿대를 엮어 달집을 세우고, 둥실 달 뜨면 불붙이고 달을 향해 절하며 소원을 빌었다. 무슨 소원을 빌었던가. 떡을 많이 먹게 해달라거나, 힘이 세지게 해달라거나, 투명인간이 되게 해달라거나였을 텐데, 소원은 이뤄진 게 없어도, 먹고 놀며 쏘다니던 기억들은 생생하다.
이번주 일요일(24일)이 정월 대보름날이다. 정월 대보름은 새해 처음 뜨는 보름달을 만나는 날. 요즘은 시들해졌지만, 옛날엔 설 버금가던 명절이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세시풍속들을 보면, 과연 그렇다. 오곡밥에 나물 반찬 해먹고 귀밝이술을 마시며 부럼을 깨물고 더위를 팔아넘기면서 한해의 건강을 기원하는가 하면, 달집태우기로 각자 소원과 풍년을 빌고 지신밟기로 마을의 안녕을 바라며, 줄다리기·윷놀이를 하며 주민 화합을 다지던 날이다.
이번 대보름에 각 지자체와 민속촌·놀이공원 들이 준비한 행사들을 살펴보니, 조상들이 즐겨오던 풍속들이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곳이 많다. 주말에 찾아가 놀고 먹으며 즐길 만한 행사들이다. 나도 이번 토·일요일 중 하루 날 잡아 가까운 민속놀이 행사장에서 놀다 와야겠다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직장인들 처지가 그렇듯이, 그렇게 될 리가 없다. 집에서 일 생각하며 뭉개고 있다가 주말이 지나갈 것이다. 그래도, 이건 해봐야겠다. 땅콩·호두 사들고 들어가 부럼을 깨물고, 몸에 좋다는 오곡밥, 산나물 반찬을 먹어야겠다. 그리고(흐흐), 이걸 안주 삼아 귀밝이술이나 몇 잔 해야겠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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