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주말 어쩔거야
회사 옥상에도 흰 눈, 사는 아파트 마당에도 눈, 온통 눈이다. 폴폴 내리는 눈은 낭만을 부르지만, 뭐든 과하면 독이 된다고, 지금 눈이 그 꼴이다. 눈 온 주말, 눈보다 흰 가운 한 장 걸치고, 소파에 애벌레처럼 누워 공상에 젖는다. ‘빙하시대가 왔어. 모두 눈 속에 갇힌 거야. 전기도 끊기고 추위가 살을 도려낼 테지.’ 마치 지구 재난 영화의 주인공처럼 난국을 헤쳐 나갈 궁리를 한다. ‘우선 먹고는 살아야겠지. 눈으로 만들 수 있는 오만가지 요리를 만들어 먹자. 빙수부터 시작할까! 냉장고에 잠자는 사과와 올리브 넣고 조청도 쭉쭉 짜 넣고. 마실 물은 눈덩이를 겨드랑이에 넣고, 발바닥에 문지르고, 두툼한 뱃살에 올려 녹여 만드는 거야. 거주지는 에스키모에게 도움을 받자. <북극여행자>의 저자 최명애씨에게 연락처를 물어야겠다.’ 여기까지 이르면 ‘참, 쓸데없는 데 시간을 보내는 나! 한심함의 바닥을 보는구나’ 좌절한다. 다시 현실로! 친구들에게 빙판길 조심하라는 깜찍한 사진(사진)을 보내는, 건설적인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좀 노는 오빠’가 아니라 ‘많이 아는 오빠’가 보낸 사진을 뒤적거린다. (그도 아마 인터넷에서 떠도는 사진을 보냈으리라!) 보내고 또 생각에 잠긴다. 토끼는 왜 하필 나무와 부딪쳤을까? 아! 또 허무한 공상에 빠진다. ‘공상은 내 주말의 힘’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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