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문화계에 분 최고의 열풍을 꼽자면 단연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누가 알았겠는가! 전 지구를 요상한 말춤이 뒤흔들 줄! 그 말춤이 서울 강남 압구정동을 주서식지로 활동하는 한 셰프에게도 불었다. 지난해 개스트로 펍(gastro pub·펍 같은 가벼운 분위기에 정찬레스토랑 분위기를 접목한 곳) ‘루이쌍끄’의 오너 셰프 이유석(33)씨에게 로이터통신사 사진기자가 찾아왔다.
실제 ‘강남스타일’은 무엇인지 취재중이라고 했다. 레스토랑도 그 ‘스타일’에 빠지지 않는 문화였다. 그의 솜씨와 레스토랑 실내풍경은 사진기사로 전세계 전파를 탔다. 행운은 밤낮 온 정신을 새 메뉴 개발에만 쏟는 그의 노력을 따라 찾아왔다. 최근에는 <맛있는 위로>라는 책도 냈다. 욕심 많은 요리사다. 와인에 절인 오리 요리, ‘팻덕’은 여전히 인기고, 작년에 새로 선보인 메추리 요리도 찾는 이가 많다. 뼈를 살살 발라낸 메추리에 리소토를 넣어 꿰매고 오븐에 구운 요리다.
그가 새벽녘 레스토랑 문을 닫고 찾는 단골집은 2곳이다.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있는 일본식 선술집 ‘이치에’와 간판도 안 달린 홍제동 국숫집이다. “이치에는 저보다 두 살 어린 친구가 운영하는데 정말 열심히 해요. 새벽부터 장 보고 죽어라 일하는 모습이 좋아요.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거죠.” 이치에는 오너 셰프 김건(31)씨가 운영한다. 그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이노시시’와 ‘이타치’를 운영했었다. ‘사시미 모리아와세’(사진·제철 생선회 모둠)와 잔코나베가 인기다. 잔코나베는 스모 선수들이 영양보충을 위해 자주 먹는다는 찌개 요리다. 각종 채소, 버섯, 두부, 닭고기, 꽃게 등이 들어간다.
“홍제동 국숫집은 간판도 없어요. 새벽 3시까지 하는데 자주 가요.” 찾기 어렵지 않다고 한다. “홍제시장 일대가 모두 문을 닫고 깜깜해요. 그런데 빛이 두 군데 밝게 빛나요.” 남매가 운영하는 국숫집 2곳의 불빛이다. “80년대에 있을 법한 아주 허름한 집이에요. 그 새벽에 줄 서서 기다린 적도 있어요. 남동생이 하는 곳은 테이블이 3개밖에 없어요. 심지어 친절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국수 맛이 완전 반할 정도란다. 즉석에서 반죽해 면을 뽑고 면을 삶아 낸다. 국수가격은 3000원. 누나가 운영하는 곳은 술과 안주도 있다. 테이블은 4개, 안주 가격은 5000~7000원 정도란다.
그는 강연도 해보고 싶고, 요리계 후배들에게 멘토도 되고 싶고, 루이쌍끄 2, 3호점도 내고 싶단다. 그는 꿈 많은 요리사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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