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셰프의 단골집
그해 여름은 잔인했다. 찜기의 만두가 내 몰골이었다. 누런 피부가 땀범벅이었다. 그는 잔혹했다. 조명을 옮겨라, 테이프를 붙여라, 이 필름 말고 다른 거 가져와라 등. 대가의 주문은 끝이 없었다. 사진학과 학생들은 방학에 유명 사진가의 스튜디오에서 일한다. 어깨너머 배우는 거다. 우리 음식업계에는 어떤 스승들이 있을까?
궁중음식연구가인 한복려 선생이 대표적이다. 그가 운영하는 궁중음식연구원은 한해 졸업생이 1000명이 넘는다. 그들은 요리연구가가 되고, 티브이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고, 요리학교 선생도 된다. 한식당을 여는 이들도 있다. 주류업체 사장이나 호텔 셰프들도 연구원을 찾는다. 선생의 깊은 손맛을 어깨너머 배우려는 거다. 한 선생은 맛집을 자주 찾지는 않는다. 수업을 하고 나면 항상 먹을거리는 넘쳤다. 제자가 한식당을 열었노라고, 한번 오시라고 초청하면 발길을 옮긴다. “짜다, 맵다, 평하지 않아요. 식단 구성 정도 조언하죠. 야단보다는 칭찬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이에게 격려가 되죠.” 그런 그가 자주 찾는 곳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있는 ‘두오모’의 파스타를 좋아한다. “간이 잘 맞아요. 격식을 따질 필요가 없어요. 한식식기를 사용하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주방이 훤히 보여 주인의 솜씨가 잘 보인단다. 이곳은 이탈리아 가정식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주인 허인씨는 2007년에 이탈리아에 가 요리유학을 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솜씨를 발휘했다. ‘영화의 전당’ 관계자의 초청으로 두오모를 부산으로 옮겼다. 관람객과 영화제 스태프들이 그의 소박한 요리를 즐겼다. 두오모의 파스타는 약 1만6000~2만2000원이다. 가격대가 그리 녹록지 않지만 꾸준히 찾아오는 이가 많다. 서울 서대문구의 서울역사박물관 1층에 있는 콩두도 한 선생이 추천하는 집이다. 모던한식이 이 집의 메뉴다. 두오모와는 반대로 서양식 그릇에 한식을 담는다.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살집이 맛난 보리굴비가 우아한 서양식 접시를 만난다.
궁중음식연구원은 1971년에 동대문종합시장 안에 문을 열었다. 한 선생은 24살에 결혼을 하고도 어머니 황혜성 선생을 도와 연구원을 운영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경복궁 장고(醬庫)에서 ‘궁중의 장 이야기-장(醬)과 수라(水刺)’ 행사에서 장 담그는 법을 시연했다. 장고는 경복궁 함화당, 집경당 서쪽에 있다. 이 장고는 2001년 발굴조사를 거쳐 2005년 복원했다. 그는 앞으로 궁중 수라간을 복원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두오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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