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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도 알뜰주문한다네

등록 2012-09-05 17:48수정 2012-09-08 16:49

일본 라면집 ‘잇푸도’ 2호점. 박미향 기자 제공
일본 라면집 ‘잇푸도’ 2호점. 박미향 기자 제공
[매거진 esc] 셰프의 단골집
최현석(40) 셰프는 시간을 알뜰하게 쓴다. 그가 자주 가는 맛집은 일본 라면집 ‘잇푸도’ 2호점(서울 강남구 신사동)이다. 그의 일터인 양식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몇 시간이나 걸리는 맛집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다. “벌써 서비스 쿠폰이 세 장이에요.”(웃음) 일본 라면을 좋아하는 입맛도 발길을 재촉하는 이유다. 잇푸도 2호점은 한마디로 ‘면을 잘 삶는다’는 게 그의 평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추천 맛집인 ‘푸주옥’과 ‘향방양육관’도 그가 일하는 곳과 그리 멀지 않다. 푸주옥은 도가니탕, 설렁탕, 수육이 주 메뉴이고 향방양육관은 양꼬치전문점이다. 먹는 것조차 알뜰하다. 친하게 지내는 요리사 여러 명과 푸주옥을 찾으면 탕 대신 수육 한 접시를 주문한다. “국물은 계속 리필해줘요.” 가족과 자주 가는 맛집은 방배동 웨스턴차이나이다. “딤섬만 먹어요.”

그야말로 짠돌이인 최씨가 아낌없이 시간을 쏟아붓는 때는 세상에 없는 그만의 요리를 만들 때다. 간장으로 젤리를 만들고 고추장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쑥갓이나 달래로 셔벗을 만드는 등, 그만의 색깔이 진하게 뿜어져 나오는 음식을 식탁에 내놓는다. 별명이 ‘크레이지 셰프’인 이유다. 900가지 넘는 레시피가 그의 머리에 있다. 2년 전 지금 일터로 옮긴 이유도 ‘미친 도전’ 때문이다. 특정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호사가들은 너도나도 입방아를 찧었다. 그는 스타 셰프였다. “마음껏 꿈을 꾸는 것, 크리에이티브한 것, 발상을 전환한 것, 그런 게 제 요리죠. 회사는 도전을 좋아하고 아낌없이 지원해줍니다. 일은 일이죠.”

최 셰프는 요리사 집안의 아들이다. “복음성가 가수나 도장 사범”을 꿈꾸기도 했지만 해가 지면 달이 뜨듯이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쿠치나에 들어갔다. 10년간 그곳에서 요리 기초부터 레스토랑 창업까지 다양한 것을 배웠다. 2006년부터 3년간 주방을 책임진 ‘테이스트 블루바드’에서는 두툼한 스테이크로 장안의 미식가들의 혀를 사로잡고 유명해졌다. 팬만 3000여명 거느릴 정도였다.

요즘 그는 이른 아침 6시면 야구복과 배트를 챙긴다. 야구장에는 ‘엘본 더 테이블’의 식구들이 모여 있다. 사회인 야구단 ‘엘본팀’이다. 매일 불과 싸우고 칼을 휘두르는 요리사들, 그들의 방망이도 그라운드를 불태울 것 같지만 엘본팀은 지난 리그에서 9전1승8패했다. 하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방망이를 휙 돌리는 순간 주방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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