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야(野)한 밥상
한 달 전 한 출판사에서 추천서를 써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달필도 아닌데 부담스러워 거절할까도 했지만, 책을 받아 보는 순간 마음을 바꿨다. 이웃 나라 일본의 도시락에 관한 책이었다. 화려하고 별나고 재미난 도시락 레시피는 없었다. <도시락의 시간>은 뭉클했다. 어부, 양조장 직원, 간호사, 해녀, 온천 직원, 비행기 정비사 등 평범한 이들의 따스한 도시락들이었다. 책에 실린 사진도 도시락을 싼 이들의 일상만큼 정직했다.
성인이 된 스님은 초등학교 시절 쓰던 낡은 도시락을 그대로 쓴다. 요금징수원은 아내와 별거중이라 하루 두 끼 자신의 도시락을 싼다. 계란말이를 자랑하는 그의 표정은 밝다. 나도 그들을 따라 도시락을 싸기로 했다.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현미밥에 흑초, 참기름, 들깨가루를 넣어 비벼 유리용기에 넣었다. 그 위에는 식감을 위해 톡톡 터지는 날치알을 뿌렸다. 밥맛을 끌어당길 선수는 녹색 시금치였다. 그 옆 한 자리를 인심 좋게 비워놓았다. 찜기에서 잘 찐 단호박이 들어갈 자리다. 밥과 시금치를 먹어치운 후 내 몸에 모실 선수다. 우유를 단호박의 친구로 불렀다. 고구마와 우유의 조합처럼 고소하다. 단맛이 강해 단호박은 간식이나 이유식에 적당하다. 묵직하고 꼭지가 마르지 않은 것이 좋다. 단호박은 서양계 호박이다.
우리는 주로 동양계 호박인 애호박과 늙은 호박을 즐겨 먹어왔다. 애호박은 어린 호박을 말한다. 전이나 나물, 각종 국이나 찌개에 들어가는 팔방미인이다. 병충해 예방이 쉽지 않아 살충제를 많이 뿌리기에 구입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장마가 끝난 후가 맛나다. 눌렀을 때 탄력이 없거나 잘랐을 때 씨앗이 너무 크면 신선한 애호박이 아니다. 늙은 호박은 신데렐라 호박 마차가 생각난다. 야맹증이나 눈의 건강을 염려하는 이들의 꿈을 이루어준다. 풍부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A가 도움을 준다. 비타민A는 지용성이라서 기름을 뿌려 조리하면 소화 흡수가 더 잘된다. 늙은 호박도 쓰임새가 많다. 전, 죽, 김치나 파스타에도 들어간다. 저장성이 좋아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햇볕에 말리면 단맛이 더 강해지고 베타카로틴 성분도 강화된다. 얼룩이 없고 꼭지가 단단히 붙어 있는 늙은 호박을 골라야 한다. 하얀 가루가 묻어 있는 호박은 잘 익은 것이다. 호박은 산모에게 특히 좋다고 알려져 있다. 부기 제거에는 미역만큼이나 으뜸이다.
<도시락의 시간>의 주인공들처럼 담백한 여백이 묻어나는 도시락은 아니지만, 호박의 단맛은 인생사 실타래처럼 뭉친 마음을 풀어줬다. 때가 되면 한국판 <도시락의 시간>을 쓰고 싶다. <끝>
참고도서 <친환경음식백과>
박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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