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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 많은 놈 같으니라구

등록 2012-05-16 17:08

[매거진 esc] 야(野)한 밥상
사람들의 눈에 양파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인가 보다. 미래저축은행 회장 김찬경을 두고 “저 양파 같은 ×”이라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가수 김창완처럼 재주가 많은 이를 두고 양파를 닮았다 한다. 계속 벗겨지는 양파에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양파는 껍질까지 합쳐 딱 8겹이다.

양파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비유들이 억울하다. 양파만큼 ‘단단한’ 식재료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단단함’이란 어떤 식재료도 넘볼 수 없는 영양 덩어리라는 소리다. 오죽하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짓던 일꾼들에게 양파를 먹였겠는가! 알렉산더 대왕도 발이 부르트고 죽을상을 한 군인들에게 양파를 먹였다고 한다. 고된 노동에도, 힘겨운 행군에도 양파 몇 개면 불끈 힘이 솟았다. 양파에 든 각종 풍부한 항산화성분과 비타민 등의 영양소 때문이다. 퀘르세틴(quercetin)이란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혈관 내 지방 분해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피를 맑게 해주니 피부가 고와진다. 굴만큼은 아니더라도 강장효과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껍질에 담긴 영양소에 주목하면서, 일본에서는 껍질을 이용한 차도 등장했다. 잘 말려 갈아서 마치 녹차 가루처럼 물에 타 먹는 것이다.

양파는 눈물을 쏙 뺄 만큼 톡 쏘는 향이 특징이다. 중세시대에는 이 향기가 악마를 쫓는다고 여겼다. 이것조차 항산화작용을 한다. 껍질을 깐 감자를 실온에 두면 쉽게 색이 변하는데 채 썬 양파와 함께 두면 그 속도가 더디다. 양파야말로 중년을 위한 먹거리다. 양파는 손에 쥐었을 때 단단하고 껍질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수분이 많은 양파는 오래된 것일수록 수분이 빠져나가 말랑해진다.

몸에 좋다고 과하게 먹으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성인 하루 권장량은 50g(큰 양파 1/4쪽)이다. 양파는 어떤 조리법을 사용해도 영양소가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 볶음밥, 양파피클, 양파김치 등 일반인도 만들기 쉬운 간단한 요리가 많다.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 양파수프도 도전해볼 만하다. 생각보다 만들기 쉽다. 프라이팬에 살짝 식물성 기름을 붓고 채 썬 양파를 볶다가 색이 변할 때쯤 버터를 넣어 더 볶는다. 이때 닭 육수든 쇠고기 육수든, 좋아하는 육수를 붓고 조금 더 끓여낸 뒤 위에 치즈 뿌린 식빵을 얹고 오븐에 구우면 끝이다. 이 양파수프는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인 한 귀족이 사순절에 고기를 금하자 ‘고기보다 맛있는 요리’를 요리사에게 주문해서 생긴 요리다. 고기보다 힘도 불끈, 맛도 좋다는 말이다.

양파야말로 재주가 많은 놈이다.

참고도서 <최수근의 서양요리>, <야하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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