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야(野)한 밥상
사랑의 시작은 불편함이다. 그가 나타나면 갑자기 온 혈관이 쪼그라들고 머리카락이 빳빳하게 서는 불편함을 알아채는 순간, 사랑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놓칠 수는 없다. 맛있는 불편함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거북함이다. 호두는 사랑과 같다. 이것만큼 오만가지 불편함을 대동하는 먹을거리가 있을까! 딱딱한 껍데기를 깨고 나면 바둑알만한 살덩이를 손으로 힘겹게 부숴야 하고, 호두 살 사이에 낀 부스러기도 없애야 겨우 입으로 가져갈 수 있다. 들인 수고에 비해 거둬들이는 양도 적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호두는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B와 E가 풍부하고 치매예방이나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생긴 모양도 우리 뇌를 닮았다. 정신노동에 찌든 친구가 있다면 한 바구니 선물해도 좋다. 한방에서는 몸이 찬 이에게 권하는 음식이다. 1998년 전북 무주로 귀농한 건강요리전문가 장영란씨도 그의 책에서 자신은 몸이 차다며 호두를 추천한다.
호두는 고소하다. 그 맛에 취해 많이 먹다 보며 입술에 살짝 기름기가 밴다. 호두의 주요 영양성분인 지방 때문이다. 호두는 지방이 풍부해서 열량이 높다. 그런 이유로 한때 살찌는 음식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몸에 좋다는 소리에 무턱대고 많이 먹으면 안 되는 이유다. 호두는 하루 3~4개씩 먹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비타민 E와 F의 권장량인 5㎎이 채워진다. 열량을 낮추면서 섭취할 방법도 있다. 끓는 물에 살짝 삶아서 말려 먹는 것이다.
호두 하면 천안이다. 고려 중엽 관리인 유청신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호두를 가지고 와서 그의 고향인 천안에 심었다고 한다.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의 시작이다.
호두는 겉껍데기가 연한 황갈색에, 속이 꽉 차고, 표면의 골이 많을수록 맛있다. 굴곡이 많은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그저 단단해 보여 다루기 쉬운 놈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껍데기를 벗기고 나면 변질이 쉽다. 빨리 먹는 것이 좋다. 잘 밀봉해서 10도 정도에서 보관하거나 아예 얼려 두었다가 먹는 것이 낫다.
해가 선홍빛으로 붉게 지고 디브이디 한 편 볼 때면 강한 맛이 없는 아이스크림과 호두를 준비한다. 힘들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호두를 으깨서 아이스크림에 비빔밥처럼 비벼 먹으면 영화만큼 맛나다.
참고도서 <식탁 위의 보약 건강음식 20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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