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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요리로 드셔보세요

등록 2012-04-04 17:46

[매거진 esc] 야(野)한 밥상
“우향우, 좌향좌.” 학창시절 선생님의 구령에 모든 아이들이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일 때 유독 방향감각이 제로인 나는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장대비처럼 비난이 쏟아지고 얼굴은 벌겋게 익었다. 어쩌자고 동급생들과 반대로 움직였을까! 이 몹쓸 버릇은 바나나에도 작동한다. 다른 이들이 말랑말랑 잘 익은 바나나를 고를 때 제 한 몸 잘 익기를 기다리는 퍼런 바나나를 고른다. 부드러운 식감 안에서 애처롭게 숨어 있는 단단함이 좋다. 송곳니가 무지막지하게 들이대 ‘퍽’ 꽂히는 순간 알렉산더대왕이 된 느낌이다.

열대아시아가 원산지인 바나나가 유럽에 퍼지게 된 것은 오로지 알렉산더대왕 덕이다. 그가 인도 원정 길에 발견하고 유럽에 전했다고 한다.

바나나는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손색이 없다. 한두 개 먹으면 배가 부르다. 당질, 칼륨, 카로틴, 펙틴 등이 풍부하고 소화도 잘돼 노인들에게도 좋은 과일이자 ‘사랑’에 목말라 있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과일이다. 바나나 속에 풍부한 비타민 B가 성호르몬 생성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마트에 가면 껍질에 한두 개의 갈색 점이 보이는 바나나를 발견한다. 이때 오해하지 마시라. “상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다. 말랑말랑하고 갈색 점 한두 개 박힌 바나나는 익을 대로 익은, 아주 달콤한 상태의 것이다. 보관하지 말고 바로 먹어야 한다. 요즘은 냉장고에 보관하는 이들은 없으리라. 냉장고에 들어가면 껍질이 까매진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껍질을 벗기고 윗부분 1㎝ 정도는 잘라버리고 먹는 것이 더 안전하게 섭취하는 방법이다. 재배할 때 뿌리 쪽은 유해한 성분이 남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바나나는 날로만 먹어야 할까? 화가 모네의 밥상을 뒤져 ‘바나나조림’ 요리법을 찾아냈다. 가난한 화가 시절에도 요리사를 두 명 둘 정도로 모네는 식도락가였다. 그의 밥상이 한 권의 책 <모네의 그림 같은 식탁>에 고스란히 차려져 있다. 바나나조림은 만드는 방법이 정말 간단하다. 껍질을 깐 바나나를 세로 방향으로 자르고 버터를 발라 노릇노릇 지진다. 레드와인에 설탕 3스푼과 계핏가루(와인 0.5리터당 한 줌)를 넣고 끓인다. 와인이 끓기 시작한 뒤 10분 뒤 바나나를 넣어 졸인다. 정찬에 디저트로 내놓아도 좋다. 가정에서 조리한 바나나요리는 레몬즙을 뿌리면 변색을 막을 수 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끌어온 미국과 유럽연합의 일명 ‘바나나전쟁’(바나나 수입과 관련한 무역 분쟁)이 있을 정도로 이야기가 많은 과일이 바나나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바나나 수입이 자율화되기 전 제주도 농민들도 수입에 반대해 들고일어나기도 했다. 몰랑몰랑한 속살에 사연도 많은 과일이다.

참고도서 <식탁 위의 보약 건강음식 20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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