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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는 지름길

등록 2011-08-18 11:23

일본 하네다공항 여행안내센터.
일본 하네다공항 여행안내센터.
[매거진 esc] 김형렬의 트래블 기어
당신이 지금 어느 나라에 도착했다. 공항이든 항구든 육로로 넘은 국경이든 제일 먼저 무엇을 하는가? 일, 입국수속을 할 테고 이, 화장실에 다녀올 테고(새로운 나라의 국경을 넘을 때는 긴장을 하니, 통과에 대한 안도감으로) 삼, 그리고 각자 할 일을 할 것이다. 필자는 여행안내센터를 찾아 지도를 얻는다. 곁들여서 첫 목적지까지 가는 교통편에 대해 물어보고, 느낌이 좋으면(?) 한두가지 질문을 더 던지곤 한다.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레스토랑이 어디냐, 당신네 말로 ‘감사합니다’를 뭐라고 하느냐 등.

여행안내센터(TIC)는 공항·역·버스터미널 혹은 주요 관광지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두세명 정도의,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며 방문자들의 질문에 답을 주거나 관련 자료를 나누어 주는 일을 하는데, 이 작은 사무소 하나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의 현실이 몸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잘사는 나라들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협회 등에서 여행안내센터를 운영하는데, 여행자가 지나갈 만한 곳이라면 어김없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상담 직원들도 밝고 친절하며 방문자 처지에서 도움을 주려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외지인에게 지역을 소개하는 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제공하는 자료들도 종류가 많고 내용도 풍부하며 대부분 무료다.

가난한 나라들은 여행안내센터 자체가 많지 않다. 외국인 여행자가 많이 출입하는 공항 등에 안내소 간판이 보이지만 가보면 여행사가 손님을 끌기 위한 곳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자기네를 통해서 택시를 타고 가라, 호텔을 예약해라 등의 상술이 펼쳐진다. 지도를 요청하면 테이블 밑에 숨겨져 있던 것을 내놓으며 가격을 말한다. 무료 자료를 물어보면 조잡한 인쇄물을 내놓는다.

여행안내센터는 현지와 가장 밀접한 살아 있는 여행정보원이다. 지하철이 파업중이라서 다른 대체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든지, 어느 지역은 자연재해로 지금 접근이 불가능하다든지, 혹은 그 호텔은 이름이 바뀌었다든지 하는 정보는 여행안내센터가 아니면 얻기 어려운 것들이다. 또 도난을 당했을 때, 병원을 찾아야 할 때 등 여행자들이 비상상황일 때도 신속한 도움을 준다.

그런데 한국 여행자들은 여행안내센터를 잘 찾지 않는다.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고, 떠나기 전 인터넷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준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은 앞서 간 다른 한국인의 꽁무니만 따라간다. 지도 밖으로 잘 행군하지 않는 것이다. 로마에 갔으면 로마식대로 로마 테르미니역 안의 여행안내센터를 이용해 보는 것, 앞서 여행한 한국인이 만든 지도 밖으로 나가는 첫번째 방법이다.

글·사진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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