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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8년 문명의 등불은 기계에게

등록 2011-08-11 11:18

2068년 문명의 등불은 기계에게 (일러스트레이션 손재영)
2068년 문명의 등불은 기계에게 (일러스트레이션 손재영)
이응일 감독의 디지털 불청객
‘믿거나 말거나’ IT의 미래…인간세계 변화를 예언한다

이응일 감독의 디지털 불청객
이응일 감독의 디지털 불청객
1971년 1월 미국 실리콘밸리. 신생 기업 인텔의 개발팀장 페데리코 파진은 공장에서 막 배달된 세계 최초의 범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텔 4004’를 집어들었다. 이 칩은 일본의 가전회사 비지콤이 주문한 것으로 탁상용 계산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진은 그 이상의 혁명을 예감했다.

그 뒤 선보인 8088, 80286 칩은 30~40대라면 기억할 XT, 286 컴퓨터를 탄생시켰고, 피시(PC) 대중화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인텔은 승승장구하여 전세계 직원 10만여명, 연매출 380억달러의 공룡 기업이 되었다. 그 무서운 저력 이면에 추락한 미확인비행물체(UFO)에서 빼돌린 외계인의 기술이 있다는 낭설이 떠돌기도 한다. 무어의 법칙이란 게 있다. 해마다 프로세서의 계산능력이 2배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10년이면 약 1000배다. 이 법칙은 지금까지 잘 들어맞았다. 이미 곤충의 두뇌를 넘어섰으니, 십수년 안에 인간 두뇌의 계산능력을 따라잡게 된다고 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이란 것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이 기술을 통해서 육체뿐 아니라 정신, 즉 뇌를 개조하여 인간의 한계-질병, 죽음, 욕망/감각-를 넘어선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사상의 지지자로서 필자는 스마트폰을 사랑한다. 녀석은 어디든 함께하며 육체와 정신의 연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세상이 잠길 듯한 이런 날에는 공상에 잠겨 실없는 예언이나 늘어놓고 싶다. 그래도 혹시 아는가? 독자들 중 장차 컴퓨터에 정신을 업로드해 가상공간에서 한오백년 살다 옛 기사를 발견하고 피식 웃어줄 이 있을지….

3년 내의 변화→ 충전기 없이 충전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윈도8이 2012년 말 출시된다. 인텔에서 트랜지스터를 3차원으로 쌓아올린 고성능 프로세서를 발표한다. 애플은 자기공명식 무선 충전을 도입해 컴퓨터 주변의 키보드, 마우스, 스마트폰 등이 저절로 충전될 것이다. 그 밖에 화장실에는 뉴스와 날씨를 보여주는 터치스크린 거울이 등장한다. 엄청 얇고 화사한 OLED 모니터와 둘둘 마는 전자종이가 LCD와 종이신문을 대체할 것이다. 안경 없이 보는 3D티브이도 열심히 달리는 중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만개하는 꽃처럼 당분간 성장하며 전통적인 피시의 성능을 따라잡을 것이다. 그래픽 성능도 강해져 무선으로 대형 모니터를 통해 화면이 확장된다.

한편 올해 통신 3사가 개시한 4세대 통신규격 LTE는 HD 동영상도 너끈히 받아볼 수 있는 속도를 제공한다. 음악, 영화 등 개인 콘텐츠를 애써 저장할 필요 없이 클라우드화되는 것이다. 또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로 신용카드가 스마트폰에 흡수되고, NFC 태그를 응용한 위치정보 서비스가 마련되면 건물 안에서도 길찾기가 쉬워진다.

10년 안에?→ 로봇들이 거리를 활보하리

2016년, 스마트폰은 피시를 완전히 밀어내고 개인용 정보기기의 중심이 된다. 자연어 인식과 시각처리 인공지능 덕택에 스마트폰이 나의 거동을 파악하여 “밖에 비 오는데 우산 가져가야지! 지갑도!” 얘기해줄 것이다. 녀석에게도 “우렁아~ <마당을 나온 암탉 5> 두 장 예약해도고” 얘기하면 결제까지 뚝딱 해치울 것이다.

스마트폰은 팔다리가 없지만 무선으로 온갖 주변기기를 제어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자동차와 연결되어 운전을 대신 할지도 모른다. 무인자동차 기술은 이미 오랫동안 연구 검증을 거쳐 다듬어졌다.

2018년, 영상기기 궁극의 과제인 디지털 홀로그램이 상용화되어 또 한번의 디스플레이 혁명이 일어난다. 3D티브이와 달리 대상을 전방위로 재현할 수 있다. 동작인식 입력과 결합하여 건축 설계, 가상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2021년. 로봇이여, 오래 기다렸다. 2족 보행, 촉각 센서, 감정 표현 등의 성과가 통합되어 이제는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갖가지 로봇들이 거리를 활보하리라. 그들은 인간을 능가하는 힘과 섬세함, 뛰어난 학습능력을 갖추고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하면서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재주를 보일 것이다.

30년 뒤→ 인간·기계 통합 첫걸음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여전히 아이폰 35세대나 갤럭시S 38이 잘나가고 있을까? 아니다. BMI가 있기 때문이다.

BMI(Brain-Machine Interface)란 우리 뇌와 기계를 직간접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현재는 생각으로 마우스 커서를 조종하는 수준이지만, 2035년께 드디어 신경과 직접 접속해 대량의 감각/운동신호를 주고받을 것이다.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인간과 기계가 통합되는 첫 발걸음이다. 이제 고성능 디스플레이와 번거로운 키보드는 필요 없다.

기계가 보여주는 영상은 마음, 즉 시각인식에 직접 투영된다. 하늘 높이 띄운 새 로봇의 감각 정보를 전송받아 창공을 가르는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마음으로 직접 기계에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문구를 날려보내는 상상을 하면 문자메시지가 전송되는 것이다. 텔레파시!

이쯤 되면 우리의 의식은 현실/증강현실/가상현실을 넘나들 것이다. 2041년, 초등학교 동창회 날 운동장에 모인다. 사이버 초대장을 받은 동창들의 눈에만 증강현실 폭죽이 보이니 동네 시끄럽지 않아 좋다. 이러한 통합감각을 응용한 새로운 예술매체도 탄생할 것이다.

100년 뒤??→ 바야흐로 기계의 시대!

2068년. 기술적으로 인간이 육신을 버리고 기계로 완전히 갈아탈 수 있는 시기가 왔다. 그동안 우리보다 똑똑한 로봇들이 심리철학의 난제인 감각질 문제를 연구해 의식의 비밀을 규명하는 논문을 발표한다. 나아가 의식 주체를 컴퓨터로 구현하는 공학적 방법까지 개발해 스스로에게 적용한다. 그들은 더이상 인간의 지능만을 흉내내는 좀비가 아니다.

그들의 기억과 자아는 네트워크에 흩어져 존재한다. 개체의 구분도 모호하다. 가상공간과 로봇의 육체 사이를 자유로이 오간다. 그들은 인간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간혹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궁금해지면, 가상현실 속 ‘인간 체험관’에 가본다. 거기서 인간이 땀 흘리고 아프고 싸우고 질투하는 것과 커피맛, 똥냄새가 어떤지 겪어본다. 그리고 금방 흥미를 잃을 것이다. 바야흐로 문명의 등불은 그들-기계에게 넘어갔다. 인간이 이룩한 사상, 문학, 예술, 민주주의… 그들은 이제 초음파를 포함한 수백개의 화음과 수십개의 성부로 이루어져 우리는 들을 수조차 없는 교향곡을 지어 초광속 우주선으로 당도할 알파센타우리 별에 헌정할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인간들은, 그들이 이룩하는 경이를 멀리서 구경하며 자연에 순응하며 행복을 찾든지, 육신을 버리고 기계 속 정신으로 다시 태어날지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래… 황당하다. 이제 현실로 돌아오자. 흙탕물에 잠긴 티브이 등의 가전기기는 케이스를 열어서 맑은 물로 잘 씻어낸 뒤 쨍한 햇볕에 확실히 말리면 간혹 정상 작동한다고 한다. 수재민들께 힘내시라는 위로 말씀 드린다.

신기술 용어정리

Brain-Machine Interface(BMI) | 대뇌와 뇌파를 이용해 기계를 동작할 수 있게 한 것. 비슷한 개념으로는 Brain-Computer Interface(BCI)가 있다. 이 기술은 일부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열린 전자정보통신박람회 세빗(CeBIT)에서는 한 업체가 뇌파로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Near Field Communication(NFC) | 전자태그의 일종. 13.56M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 가까운 거리에서 단말기 사이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물건 구입 뒤 결제뿐 아니라 물품 정보 확인, 잠금장치 등에 널리 적용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 로봇 가운데 두 손과 발이 있는 인간형 로봇을 일컫는다. 직립보행을 할 수 있다. 일본에서 1971년 개발한 와봇-1이 영화나 소설 등이 아닌 현실세계에 최초로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국내에서는 카이스트(KAIST)가 휴보2까지 개발했다. 휴보2는 시속 3.6km로 뛸 수도 있다.

이응일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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