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하는 ‘에어크루즈’ 상품.
김형렬의 트래블 기어
여행 거리, 시간 등을 계산해 주는 트래블매스(travelmath. com)로 서울 출발 비행 거리를 계산해보면 마카오(홍콩)까지 2140㎞, 로스앤젤레스까지는 9605㎞이다. 국내 대표 저가항공사인 진에어 6월 요금으로 마카오까지 항공요금은 32만원이며, 진에어 모회사인 대한항공은 엘에이행 가장 싼 항공권을 100만원에 누리집에서 팔고 있다. 마카오는 엘에이까지 거리의 22%밖에 안 되지만, 요금은 32%다.
물론 항공요금은 유류할증료, 공항세 등 추가 비용, 직항 여부, 유효 기간, 예약 시점 등의 요소를 더해 결정된다. 하지만 항공요금이 대체로 거리에 비례해 결정된다는 상식을 놓고 생각해보면, 거리 단위당 요금 기준으로 저가항공이 진짜 저가인지는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서울 시내버스 요금과 서울~부산 고속버스도 단위 요금으로 따졌을 때, 서울 시내버스 요금이 훨씬 비싼 것과 비슷한 이치다. 단거리 구간이 기본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기존 항공사들이 장거리 구간에서는 큰돈을 벌지 못하면서도 단거리 구간에서 이익을 내왔다는 것이 저가 항공사들이 출현할 수밖에 없는 밑바탕이 되었다. 새로운 항공사업자들은 기존 항공사들의 캐시카우(cash cow)인 단거리 구간 시장의 거품을 빼면서 도전에 나선 것이다. 여행사에 주는 유통마진과 비행기 이착륙 등에 쓰이는 공항이용료 등의 비용을 줄이고,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에 나섰다. 또 새 노선을 적극 개척하고, 계절별로 탄력적인 운항을 하여,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21세기형 상품 전략에 적극 대응하였다.
이로써 시장에서 승자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유럽의 이지젯, 동남아의 에어아시아가 그들이다. 이에 비해 대형 항공사들은 단거리 시장을 잃고 중장거리는 이익이 나지 않으니 남는 것은 인수합병뿐이다. 일본항공(JAL)의 파산이나,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항공의 합병 등이 그 결과이다.
여행자 입장에서 저가항공의 등장은 적잖이 기쁜 일이었다. 비행기를 타는 일이 이제 장거리 버스나 기차를 타는 것처럼 부담이 없어졌다. 그런데 실제로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이름은 저가항공이지만 실은 거리 단위당 가장 비싼 항공사였다. 더 적은 비용, 더 유연한 항공 상품의 등장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비행기를 마치 택시처럼 이용하거나 전세버스처럼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30인승 자가용 제트비행기를 이용한 ‘에어크루즈’라는 여행상품까지 등장했다.
글·사진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김형렬의 트레블 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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