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판 남대문 시장 ‘아메요코’.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트래블 기어
일본 도쿄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였다. 세계 제2 경제대국의 수도로, 엑스(X)-재팬의 색깔 있는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혹은 우리에게는 서양 근대 문명을 입수하는 통로로서 도쿄는 오랫동안 아시아 한가운데 서 있었다.
지난주 도쿄를 다녀왔다. 1989년 외국여행 자유화 첫해부터 여행자로서 들락날락했으니 20년 동안 한 도시를 봐온 셈이다. 도쿄를 처음 찾았던 그해, 서울의 지하철 1구역 요금이 120원이었을 때 도쿄의 대표 전철 제이아르(JR) 야마노테선은 세 정거장쯤 가는 데 100엔이었다. 그 요금이 지금은 130엔 하니 20년 동안 30% 올랐을 뿐이다. 그사이 서울 지하철 요금은 1000원으로 8배 이상이 뛰었다. 어느 전철역 입구에서나 볼 수 있는 덮밥집 체인점 ‘요시노야’(吉野屋)에서 파는 ‘가쓰동’(돈가스덮밥)도 여전히 500엔 정도면 한끼를 때울 수 있다. 주말마다 나들이객으로 북적거리는 ‘우에노공원’과 그 앞에 있는 도쿄판 남대문시장인 ‘아메요코’도 인파가 넘치기는 똑같았다.
물론 변한 것도 있다. 노랑머리, 금발이 더 많던 롯폰기 네거리의 이국적 분위기는 ‘미드타운’과 ‘롯폰기힐스’의 모더니티에 잠식당한 듯했고, 아키하바라에 기세 좋던 네온사인 가전양판점들은 이젠 내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이었다. 20년 전 골목 구멍가게 겹겹이 쌓인 재고 속에서 겨우 발견했던 삼성 제품이 일본 최대의 통신회사와 손잡고 대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상전벽해다. 전철역마다 병기된 한글 안내문과 서점에 깔린 케이팝(K-POP) 매거진을 마주치며, 일본 대중문화의 침공(?)을 걱정했던 때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반면 공중화장실에서 여전히 좌변기보다는 수세식이 더 많아 보인다거나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상점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은 의외였다.
하지만 도쿄는 여전히 여행하기에 편리하고 재미있는 도시다. 새벽 4시께부터 밤 1시가 넘어서까지 시내 곳곳을 촘촘히 누비는 전철을 타면 못 가는 곳이 없을뿐더러 300엔부터 2000엔 정도면 우동에서 스시까지 웬만한 일본 요리를 대충 다 맛볼 수 있다. 서울보다 밥값이 결코 비싼 게 아니다. 한국에서 예약만 한다면 일본 내국인에 견줘 거의 반값에 비즈니스급 ‘호텔’에서 잘 수도 있다. 신주쿠·시부야는 두말할 것도 없고 지유가오카·다이칸야마·시모기타자와의 골목골목을 쏘다니며 하는 윈도쇼핑의 잔재미도 그만이다. 아기자기한 이 맛에 도쿄는 ‘언니들’ 여행의 최적지로 꼽히기도 한다(여행시장은 여성들이 주류다!). 자유여행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제이(J)루트’를 검색하면 쏠쏠한 재미의 도쿄 정보를 한 꾸러미 더 건져낼 수도 있겠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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