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가와 온천 호텔의 로비.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호텔방 업그레이드 받는 비결
호텔방 업그레이드 받는 비결
업그레이드는 아이폰만 하는 건 아니다. 여행에도 있다. 주변에서 비즈니스석 타고 여행 갔다는 자랑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원래는 이코노미석을 예약했는데 공항에서 비즈니스석으로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줘 땡잡은 사연들이다.
이유가 있다. 가장 많은 경우는 항공사에서 오버부킹을 받았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취소될 것을 고려해 항공기 좌석 수보다 더 많은 표를 판다. 즉 100석 좌석에 120석을 예약받는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는 20석 이상이 취소되던 것이 어느 날은 15석만 취소된다면 5석이 오버부킹된 것이다. 5명은 횡재한 셈이다. 이코노미석이 모자라니, 여유 좌석이 있는 비즈니스석으로 가게 된다. 공짜로. 그런데 공항에 늦게 나와 비행기를 놓칠 뻔한 사람들에게 이런 기회가 온다는 것은 아이러니다(요즘은 항공사도 손해보는 장사 안 하려고 수요예측 프로그램을 돌린다. 또 마일리지가 높은 사람에게 업그레이드 우선권을 준다).
업그레이드는 호텔에도 있다. 오히려 비행기보다 호텔 객실의 업그레이드는 쉬운 편이다. 항공은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의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나지만, 호텔의 객실은 스위트만 아니라면 그 차이가 심각하지 않다. 스탠더드-수피리어-디럭스 사이의 객실료 차이는 등급별로 20~30% 안팎이므로, 호텔 입장에서도 고객에게 선심을 쓸 여유가 충분한 셈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객실 무료 업그레이드 패키지를 예약하는 것이다. 비수기 때 방이 남아도니 스탠더드 객실 요금으로 그 상위 등급의 객실에서 자는 것이다.
그런데 호텔에서는 오버부킹으로 인한 업그레이드와는 정반대로 킥아웃(kick out)되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한다. 킥아웃이란 예약을 했는데도 방을 배정받지 못해 그 호텔에 머무르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특히 시내 중심가나 전시장 주변의 호텔들이 성수기나 큰 전시회 등이 열려 만실일 때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때는 호텔들이 양해를 구하고 주변 호텔을 소개하게 되는데, 이때 업그레이드 객실을 제공받는 경우가 많다. 2박 이상일 경우에는 1박은 다른 호텔에서 보내고 2박째는 원래 호텔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도 있다. 킥아웃과는 다른, ‘북아웃’(book out)으로 투숙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 한국에서 확정을 받았는데, 체크인 때 예약 기록을 찾지 못하는 경우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호텔에서 예약 기록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높다. 바우처를 근거로 투숙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예약 대행사에 연락을 취하면 해결된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필자가 일하는 서비스의 호텔 리뷰 게시판만 봐도 가장 행복해하는(?) 고객들은 ‘공짜 업글’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모두 오버부킹이었을까? 아니다. 체크인 할 때 “제 생일을 이 호텔에서 맞게 되었네요”라고 한마디 툭 던진 것이다. 그러고선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눈이 마주쳤을 뿐이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