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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에 욕실이 없던 시절, 어떻게 씻었을까

등록 2010-06-02 19:43

한 부티크 호텔의 스탠더드 객실과 욕실. 김형렬 제공
한 부티크 호텔의 스탠더드 객실과 욕실.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2차 세계대전 이후에나 방마다 욕실 갖춰
여행이 준다는 오만가지 매력에 트렁크를 싸매긴 했어도 여전히 마음엔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내 집처럼 잘 먹고 잘 수 있을까 하는 한 자락의 불안. 그래서 길든 짧든 여행을 마치고 집 안에 첫발을 들이는 순간 누구나 하는 말 “아, 역시 우리 집이 최고야!” 영민한 호텔리어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홈 어웨이 홈”(집 밖의 집) 호텔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이래서 생겨났다.

호텔의, 실은 호텔 객실의 최대 임무는 여행자의 불안을 해소시켜 편히 잠을 자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여행 중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을 시계를 들고 재본다면 그곳은 비행기도, 박물관도, 레스토랑도 아닌 호텔방일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하루의 3분의 1을 자야 하지 않는가? 그런 호텔의 객실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겪어 왔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침대가 놓여 있다는 사실뿐이다. 물론 오늘날의 침대를 옛날과 비교할 수는 없겠다. 요즘 호텔들은 ‘우리 호텔은 최고급 침대에 거위털로 된 침구류를 제공한다’ 등의 선전을 하고, 투숙객들은 ‘자 보니 꿈결같아 집보다 더 편안하게 잠이 오더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한다. 그래봤자 ‘침대에서 잤다’는 사실은 호텔의 본질이니만큼 크게 다를 수가 없다.

가장 큰 차이는 옛날에는 욕실이 방마다 딸려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호텔 방 안에 욕실이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지만, 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미국의 호텔들조차 마찬가지였다. 당시로서는 방마다 수도와 배수시설을 끌어와 독립된 욕실을 갖춘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많은 호텔들이, 요즘처럼 새로 지은 전용 건물이 아니라 기존 건물들을 이용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호텔왕 콘래드 힐튼이 호텔을 20세기의 현대산업으로 발전시키면서 호텔의 객실은 문명과 함께 업그레이드되어 왔다. 호텔 방 안에 알람시계가 놓이고, 라디오가 들어오고, 전화기가 배치되었다. 특히 방마다 전화기가 놓인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집을 떠나서도 개인적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여행자에게는 놀랍고 대단히 환영받을 일이었다. 티브이가 들어왔고, 프로그램을 돈 내고 골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제공되었고, 컬러티브이에서 대형 엘시디 티브이가 대세가 되었다. 21세기에 호텔 객실에 들어온 가장 환영받는 어메니티(amenity)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다. 가장 최근의 서비스는 아이폰 독(iPhone Dock)의 제공이다.

일반인들이 머무르는 이런 표준객실을 게스트룸이라고 한다. 대개의 호텔들은 상위의 객실들을 서너가지 더 제공하는데 슈피리어, 디럭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등이다. 그런데 이런 객실 등급은 국제표준이 있는 게 아니고 호텔이 정하기 나름이다(우리나라에는 기준 있음). 가장 낮은 등급의 객실을 슈피리어부터 시작하는 호텔도 있고, 스위트 객실만을 갖춘 호텔도 있다. 흔히 말하는 싱글·더블·트윈·트리플 등은 객실의 등급이 아니라 투숙 가능한 인원수를 기준으로 한 분류이다.

끝으로 퀴즈 하나! 옛날 호텔 객실엔 욕실이 없었다는데, 그럼 어떻게 씻었을까? 방마다 세숫대야가 있었단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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