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텔체인의 ‘바’ 홍보 페이지.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대기예약’ 혹은 ‘예약 후 회신’ 조건 다는 호텔은 피해야
‘대기예약’ 혹은 ‘예약 후 회신’ 조건 다는 호텔은 피해야
“왜 같은 방인데 값이 달라요?”, “왜 호텔에서 파는 가격이 더 비싸요?”, “정가가 얼마예요?” 수수께끼 같은 호텔 방값에 대한 궁금증들이다. 여행자들은 어떻게 하면 싸게, 좋은 호텔에서 묵을 수 있는지, 그 트릭을 알고 싶어 한다.
지난 10여년간 인터넷은 거의 모든 산업을 바꿔놓았다. 여행은 국경을 넘나드는 데 제약이 없는 인터넷의 특성에 딱 맞는 산업이었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클릭질’과 온라인여행사의 ‘낚시질’은 호텔의 기존 유통질서를 크게 흔들었다.
이런 시장 변화에 대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여행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트래블이 2003년 ‘바’(BAR) 전략으로 대응했다. 바(Best Available Rate)는 최저가 보상제와 비슷한 것이다. ‘우리한테 사면 가장 좋은 요금에 객실을 내주겠다’는 전략이다. 이때까지 기업용 호텔 요금(corporate rate)이 있었으나, 이보다 더 싼 온라인 요금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자 이에 대한 응전이었다. 이때부터 호텔 요금은 고정된 요금, 즉 정가라는 것이 사실상 없어지게 되었다.
방값을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은 로드율, 즉 오늘 방이 얼마나 찼느냐가 되었다. 호텔 내부관리 시스템은 매일매일 이것을 확인하여, “오늘은 50%밖에 예약이 없으니 어제보다 30%를 내린다”는 가격 조정을 하도록 한다. 물론 이것은 잘나가는 호텔일수록 충분히 사전에 진행되고, 조정된 가격은 호텔 누리집(홈페이지), ‘GDS’라 불리는 항공예약 시스템, 호텔도매상, 온라인여행사의 웹사이트에 반영되도록 한다. 그런데 이런 가격 결정 구조는, 고객들에게 가장 싼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격 통제를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항공이 공급자 시장인 데 비해 호텔은 유통시장이다. 소비자들 혹은 유통의 힘이 공급자를 움직일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런던으로 취항하는 항공사는 열 손가락 안에서 셀 수 있지만, 런던의 호텔은 정확히 몇 개인지 잘 모른다. 호텔들은 언제든지 여행자들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트릭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바는 선택한 호텔이 정해졌을 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 호텔은 다른 호텔들과 늘 경쟁해야 한다. 오히려 호텔들은 자기네가 먼저 노출되기 위해 유통시장의 큰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큰손이란 당연히 온라인 웹사이트들이다. 그들은 통 크게 객실을 사들여서 지구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트릭의 첫번째가 ‘클릭질’이라는 것은 유효하다. 그런데 클릭질을 그냥 해대면 손가락 마비가 올 수 있으므로 내공이 필요하다.
내공은 낚시질을 피할 줄 아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인터넷 낚시질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누가 더 벗었느냐’의 유혹이다. ‘(가격을) 내가 더 벗었다’는 호텔의 누드(?) 세일. 그러나 다른 상품에는 없는 ‘대기예약’ 혹은 ‘예약 후 회신’이란 조건을 달아놓곤 한다. 이 때문에 객실이 ‘확정’(available)되지 않은 것들은 솎아내야 한다. 아이폰 들면 반경 500m 안 호텔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대에 “예약해라, 그러면 연락 주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다음 회엔 가격 대비 착한 호텔을 찾을 수 있는 트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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