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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여 자고 눈도 맞고…이 아니 좋을쏘냐

등록 2010-04-07 21:19수정 2010-04-09 09:45

제너레이터 호스텔의 토요일 밤 나이트클럽. 김형렬 제공
제너레이터 호스텔의 토요일 밤 나이트클럽.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호텔보다 호스텔을 강추하는 이유
“호텔이 여관과 동급이라니?” 지난 칼럼의 결론에 대한 반론이 접수되었다. 사실 외국의 숙박업소가 호텔만 있는 건 아니다. 호스텔·게스트하우스·‘B&B’(bed & breakfast)·펜션·캠핑그라운드·도미토리·인(inn)·모텔·레지던스·아파트먼트·콘도미니엄·리조트·풀빌라·코티지·로지, 게다가 한인 민박집까지. 반론을 인정하며, 이름만 보면 호텔의 사촌뻘 되는 호스텔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자.

런던은 세계의 모든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런던 시내 곳곳에 호스텔이 뿌려져 있다. 등록된 공식 유스호스텔뿐 아니라 사설 호스텔은 훨씬 많다. 대영박물관 근처의 제너레이터 호스텔은 침대가 800개나 되는 초대형 호스텔이다. 4~8인의 다인실(도미토리)뿐 아니라 호텔처럼 싱글·더블룸과 여성 전용실 등을 갖추고 있다. 또 레스토랑·바·인터넷카페는 물론 가라오케 시설에다 주말엔 나이트클럽까지 열린다. 이쯤 되면 어디까지가 호스텔이고 어디부터가 호텔인지 구분이 어렵다.

호스텔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저가 숙소이긴 했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1912년 독일의 리하르트 시어만이 ‘유겐트헤르베르게’를 운영하면서부터다. 독일어로 유스호스텔을 뜻하는 유겐트헤르베르게는 자연을 벗 삼아 호연지기를 기르는 도보여행 젊은이들을 위한 숙소 제공 운동이었다. 또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순례길인 스페인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도 순례자 전용 숙소인 ‘오스탈’(hostal)이 노정 곳곳에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올레길 여행을 위한 전용 숙박지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지!).

호스텔의 가장 큰 장점은 싸다는 것이다. 런던은 뉴욕과 함께 세계에서도 가장 숙박비가 비싼 동네라서 깨끗한 중급호텔 2인실이 15만원쯤은 줘야 한다. 말이 중급이지 방의 크기는 ‘하꼬방’으로 유명한 일본의 비즈니스호텔보다 작기도 하고, 천장에 매달린 14인치 브라운관 텔레비전은 잠시 추억에 젖게도 한다. 이때 제너레이터와 같은 호스텔은 젊은 자유여행자들에게는 썩 괜찮은 선택이다. 비록 방이 아니라 침대 1칸에 공동욕실 사용 조건이긴 하지만 3만원에, 숙박과 아침식사에 인터넷까지도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스트하우스라는 곳도 있다. 호스텔처럼 저렴하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게스트하우스는 일반 주택을 숙소로 제공하는 형태다. 특히 아시아 여행을 할 때 많이 만나는데, 서울에도 1970년대부터 광화문, 종로 일대에 ‘○○○하우스’, ‘×××인’이란 이름으로 배낭족들에게 널려 알려진 곳이 여럿 있다. 비앤비와 펜션은 유럽에서 발달한 민박형 숙소이다. 비앤비는 영국 쪽, 펜션은 독일어권 쪽에 많다. 이 펜션은 우리나라의 전원형 펜션과는 사뭇 다르다.

사실 20년 내 여행의 절반 이상은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뤄졌다. 회사 출장이나 패키지여행이 아닌 한 주머니는 늘 달랑거렸으나 한 동네라도 더 밟고 싶은 마음에 잠자리 비용을 쪼개고 또 쪼갰다. 지금도 걸어서 세계 속으로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호스텔이 없다면 여행의 절반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여행의 로망이 돈만으로 실현되는 건 아니다. 섞여(?) 자고, 같이 먹고, 눈(眼) 맞아 떠날 수 있는 호스텔에는 ‘여행자 공동체’가 있다. 호스텔을 강추하는 진짜 이유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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