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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텔은 별이 7개”의 진실

등록 2010-03-10 20:29수정 2010-03-13 16:47

북미에서 가장 권위있는 호텔 평가단체 ‘AAA’ 인증마크.(김형렬 제공)
북미에서 가장 권위있는 호텔 평가단체 ‘AAA’ 인증마크.(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각국별로 평가하는 공인된 국제기관 없는데 별은 누가 붙였을까




“부티크호텔은 몇성급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 등수 매기기 습관이 발동했다. 지난 칼럼에 쓴 ‘부티크호텔’이 괜찮아 보였는지 당장 한 지인이 물어왔다. 내가 일하는 회사 고객센터도 손님들한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세 가지를 꼽으라면, 가격·위치 그리고 ‘별이 몇개 붙었냐’이다.

그런데 정답을 말하려고 하니 왠지 김이 샐 것 같다. 왜냐하면 지구상 호텔에 대한 글로벌스탠더드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또는 어떤 국제기관도 각국의 호텔을 평가하는 공인된 기준은 없다. 그렇다면 ‘두바이 7성급 호텔-부르즈알아랍’은? ‘7성급 제국 호텔’은 무엇이고, 몇해 전 장안의 화제가 된 ‘국내 최초 6성급 호텔’엔 누가 별을 붙였나?

호텔은 지구상에 모래알만큼이나 많다. 나라마다 잠자리 문화는 제각각이다. 이름만 같을 뿐 존재의 이유(?)가 다른 것을, 한 가지 기준으로 비교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또다른 이유로는 호텔은 전통적으로 시설보다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어 공인된 평가를 더 어렵게 한다. 외관이 작다고 혹은 엘리베이터가 없다고 해서 등급이 떨어지는 호텔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지만 호텔이 돈 되는 산업이 되자 이를 견제하는 팀이 나타났다. 비영리 민간조직 ‘AAA’(미국자동차협회)가 운전자들에게 좋은 숙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호텔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 평가는 먼저 호텔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평가자들이 호텔에 몰래 투숙하고 나서 평점을 매긴다. 이렇게 하여 ‘트리플에이’가 1917년부터 해마다 내놓는 ‘투어북’은 미국·캐나다 여행자들에게 여행의 빌보드차트이다. 단, 별이 아닌 다이아몬드를 1~5개 붙인다. 뉴욕에서도 겨우 7곳의 호텔만 다이아몬드 5개를 받았을 정도의 짠물 평가다.

영국도 이와 유사하게 ‘AA’가 하는데, 별 1~5와 함께 검은색·금색(최고 추천 호텔)·빨강(평가자 최고 호텔)의 색깔로도 구별한다. 프랑스는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가이드북 미슐랭이 하는 호텔 평가와 국가관광위원회에서 하는 평가가 양립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는 호텔협회가 자율적으로 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법으로 평가기준이 정해져 있다. 이에 비해 일본만 가진 숙박업소인 료칸은 아예 등급 자체가 없고 평가하지도 않는다. 입으로 전해져온 평가와 전통, 요금 등을 기준으로 선택할 뿐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답게 국가여유국에서 통제한다. 우리나라는 관광진흥법에 규정돼 있지만, 자격만 갖추면 평가기관 등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호텔 등급은 다이아몬드도 아닌 무궁화 2~5개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의 ‘스타레이팅’에도 별이 5개를 초과하지는 않는다. 6성급, 7성급은 그저 자기가 붙인 것이다. 구라일 수도 있고 자뻑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별이 일곱개’라는 말은 실은 에지있는 마케팅 고백일 뿐이다.

그런데 타칭이든 자칭이든 별이 예닐곱쯤 붙은 호텔은 화장실도 금장일까? 그럴 만하다. 36조원짜리 국부펀드를 통해 ‘도체스터 컬렉션’ 브랜드로 세계 명품 호텔만 수집하는 브루나이 국왕 술탄 하사날 볼키아. 그가 가진 그와 동급(?) 호텔 ‘디 엠파이어’ 안에 있는 200평짜리 엠퍼러 스위트에는 전용수영장(25m)과 세계 최초의 개봉극장이 있단다. 2000년 아펙 정상회의 때 빌 클린턴이 여기서 1400만원짜리 잠을 잤다. 우리도 비수기 때 30만원쯤 내면 황제의 옆방(슈피리어룸)에서 자볼 수도 있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www.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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