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모텔촌과 부티크호텔의 공통점은?

등록 2010-02-17 20:26수정 2010-02-21 10:49

중국 청두의 부티크호텔인 한이호텔의 복도(왼쪽)와 객실 내부. 김형렬 제공
중국 청두의 부티크호텔인 한이호텔의 복도(왼쪽)와 객실 내부.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찍어낸 듯 같은 방 분위기에 반기 들고 탄생한 부티크호텔의 역사
“아빠, 신혼여행 가서 이런 방에서 잤지?” 역마살 낀 아비 따라 나름 안팎을 들락거린 10살짜리 녀석이 호텔방에 들어서자 던진 일성이었다. 장소는 중국 청두의 한이호텔. 지난해 9월이다. 크지 않으나 로비는 세련된 중국풍 모던디자인이 물씬하다. 도자기와 현대화가 전시된 갤러리 같은 객실 복도를 지나 당도한 붉은 객실 문은 예스런 노란 놋쇠문고리를 돌려 열어야 했다. 가구는 화초장 같은 검은색 동양 가구들과 파스텔톤 스위트드림을 꿈꿀 만한 침구들이 조화를 이뤘고, 블라인드지만 통유리로 된 욕실을 침대 바로 옆에 둬 ‘에로틱한 상상력’이라는 호텔 임무에도 충실했다. 시크(chic) 혹은 힙(hip)은 이럴 때 쓰라고 불러들인 말. 이름 하여 ‘부티크호텔’의 전형이었다.

부티크호텔은 1980년대 초반 스테레오타입화한 대형 호텔에 대한 반기에서 등장했다. 호텔의 시작은 유럽이었지만, 오늘의 호텔산업은 20세기 초 대서양을 건너가 미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차원 사고뭉치 문제적 여우 패리스 힐튼의 할아버지 콘래드 힐튼이 호텔왕으로 등극한 것은 호텔산업 독점화의 상징이다. 언젠가부터 이런 독점 대형 호텔에 여행자들은 질려가고 있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집 떠나서 머리도 식히고 새로운 감흥도 느끼고 싶은데 가는 호텔마다 거기서 거기니.

영감을 가진 이들이 호텔에 디자인을 입혔다. 호텔 객실에 저마다의 콘셉트가 생겼다. 예를 들면, 선(禪)의 객실, 팝아트풍의 객실, 갤러리 객실, 서가 객실, 극장 같은 객실 등이다. 손님은 같은 호텔을 가더라도 매번 다른 방에서 머물게 된다면, 다른 느낌으로 쉬고 자고 또 사랑도 한다. 그래서 디자인호텔, 콘셉트호텔은 부티크호텔의 다른 이름이다.

외양만이 아니라 서비스의 혁신도 함께 이뤄졌다. 기존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는 손님과 호텔 종업원들과의 관계이다. 그 한 예로 스태프들은 투숙객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 손님 개개인이 누구인지 앎으로써 친밀하게 맞춰진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티크호텔은 객실 수가 100개를 넘지 않는 게 정석이다.(와우! 그래도 한 방에 2명씩이니 최대 200명을!). 호텔은 여행자용 잠자리에서, 집 떠난 생활의 공간이자 엔터테인먼트 스폿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도 가져왔다. 유명 퓨전요리사가 속한 레스토랑과 바, 미술품 인테리어의 갤러리, 웰빙과 릴랙스를 위한 스파 등 동시대인이 모이는 장소로 변한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81년 런던 ‘더블레이크’(the Blake), 샌프란시스코 ‘베드퍼드’(Bedford), 그리고 84년 뉴욕에서 이언 슈레이거의 지휘 아래 ‘머리힐’(Murray Hill)- 이후 세계 부티크호텔을 선도한 모건스호텔 체인이 등장하며, 이 바람은 결국 동진하여 방콕·싱가포르·베이징·홍콩을 거치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티크호텔이 우리에게서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평일 3만원이면 빌려준다는 서울 화곡동 모텔촌에 콘셉트 없는 객실은 없다는데. 실은 “신혼여행을 가기도 전에 우린 이런 방에서 잤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hoteljava.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