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요즘 청춘남녀가 모이면 문화방송 드라마 <파스타> 얘기로 떠들썩하다. 얘기의 주제는 주인공 남녀의 알콩달콩 연애다. 티브이에 차고 넘치는 연애 얘기 중 이들의 연애가 좀더 특별한 이유는 무엇보다 탁구공을 넘기듯 주고받는 그 솔직한 대사 때문이다. 케이블 티브이 티브이엔의 <스쿠프>는 영화 <여배우들>의 솔직함을 그대로 가져온 기획 ‘꽃보다 향기로운 여가수들’(이하 ‘여가수들’) 첫 회를 내보냈다. 이은미부터 김윤아, 호란을 거쳐 아이유까지 다양한 여가수들이 모여 얼마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파스타>와 ‘여가수들’을 들여다봤다. 아슬아슬 연애담과 먹음직한 요리 비율 잘 맞춘 ‘파스타’
영화 ‘여배우들’ 재치있게 패러디한 ‘스쿠프- 여가수들’ 정석희(이하 정) <파스타>는 재미있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간질간질한 러브스토리다. 주인공들이 연기가 되니까 조마조마하진 않더라. 이야기도 흥미진진해지고, 카메라 워크도 세련됐다. 차우진(이하 차) 1회에서 이선균이 성질내는 걸 보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 대본을 잘 쓴다. 공효진 연기도 좋고, 대사가 각자에게 잘 맞는다.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모르겠는데 툭툭 던지는 대사에 리얼리티가 있다. 연애만 하면 재미없을 텐데 요리를 정말 하는 걸 보여주는 게 좋더라. 케이블 요리채널처럼 보여주는 요리 장면이 좋다. 정 다만 주방에서 벌어지는 연애 얘기인데 공효진과 이선균에게만 맞춰져 있는 게 불만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병풍 같다. 요리사로서의 긍지와 노력이 있을 텐데 그들이 어떻게 주방에 왔는지가 느껴지질 않는다. 미니시리즈니까 스토리가 간결한 건 좋지만 너무 주인공에게만 초점이 맞춰졌다. 자연스럽게 <커피프린스 1호점>와 비교하게 되더라. <커피프린스 1호점>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연애시대>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하다못해 아역 은솔이에게도.
사랑을 요리하는 드라마 <파스타>와 여가수 6명을 한자리에 모은 <스쿠프-여가수들>. 문화방송·싱글즈 제공
현실이면 김산에게 다 넘어가지 차 주방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그리긴 했다. 셰프가 이탈리아 애들을 데리고 오면서 국내파와 해외파 주방 요리사의 관계가 변한다거나, 그런 게 소소한 현실감이 있다. 처음에는 뻔한 연애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나오다가도 병원이든 카페든 결국 주인공 둘만 비추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정 공효진과 이선균은 아주 사랑스럽고 아주 귀엽다. 대비하려는 의도인가? 두 사람의 감정은 너무 잘 와닿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과 생활은 전혀 이해가 안 간다. 차 요리하는 장면은 찍기 힘들다던데 잘 뽑아낸 것 같다. 정 파스타를 먹고 싶게 만든다. 차 어제 재방송 보면서 든 생각이 이건 여자애 하나 있고,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가 싸우는 드라마라는 거다. 알렉스는 착한 남자, 이선균은 나쁜 남자. 만약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려면 누구를 고를까를 생각하게 된다. 남자로서 서운한 건, 아무리 김산처럼 매너 좋게 하면 뭐하냐는 거다. 결국엔 카리스마 있고 센 남자를 좋아하는데. 정 막상 현실에서는 김산에게 안 넘어갈 여자가 어디 있나. 어쨌든 이선균이 기술이 좋다. 서로 연애의 기술을 쓰고 그런 게 알콩달콩 사랑스럽다. 둘이 링거를 꽂고 손을 잡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지 싶다.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섬세한 이선균의 손놀림이 두근거렸다. 차 이선균은 성차별 캐릭터다. 주방에 오자마자 여자를 해고하는 게 말이 안 된다. 노동부에 제소해야 하나.(웃음) 말을 참 함부로 한다. 아무리 주방이 빡세다고 해도. 정 합당한 이유가 있긴 했지만 여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한 건 이해가 안 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리고 그렇게 안 된다더니 결국 여자를 두 명 다시 받는다. 이하늬가 만든 음식을 놓고 갔더니 그 접시를 집어던져서 박살 내고 공효진에게 치우라고 하더라. 못된 것도, 멋진 것도 아니고 상스러운 거다. 차 이선균이 배우 같지 않은 건 좋다. <파스타>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할 말이 다르고 많아진다. 사람들이랑 얘기하면 욕을 하다가 옹호하다가 그런다. 정 재미있는 건 확실하다. 보면서 문제점이 보이는 것도 맞다. 이렇게 논쟁의 여지가 있는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둘의 대담하고 특이한 성격도 인상적이다. 차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공효진이 정말 예뻐 보이는 순간이 있다. 두 사람이 재미있는 건 정말 뻔뻔할 정도로 속마음을 말하는 캐릭터라는 거다. 다들 소심해 보이지만 할 말 다 한다. 이선균과 공효진이 미남, 미녀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더 쉽다. 이하늬가 좀 밉상이다. 정 그냥 미운 거다. 이하늬가 자기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그래서 그냥 이상한 애로만 보인다. 차 막내 최재환이 귀엽다. 영화 <국가대표>에 나왔다. 이제 둘이 대놓고 연애를 시작하면 재미없을 것 같지 않나. 정 희한하게 막상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 얘기가 시들해진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도 커플 되니까 재미없더라. 차 티브이엔 <이뉴스>는 초반에 선정적이라고 욕을 많이 먹었다. 제작진이 어떻게 하면 간판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까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금요일 <이뉴스> 시간대에 방영하는 매거진 형식의 <스쿠프>는 이러한 고민을 반영한 것 같다. 뉴스를 짜깁기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어서 보여주는 건 좋더라. 정 커버스토리로 인터뷰를 하는데 괜찮더라. 장소 선택도 각자에게 잘 맞았다. 세련된 느낌이다. 다른 인터뷰와는 좀 차별된, 게스트를 배려하는 느낌이었다. 차 문제는 <이뉴스>와 <스쿠프> 모두 뉴스도 아니고 쇼도 아닌 모호한 성격이라는 거다. 뉴스 형식으로 가는데 아무 데서도 다루지 않지만 모두가 인터넷으로 알고 있는 뉴스를 다룬다. 잠복하고 잠입하는 걸 계속하는데, 차라리 연예인뿐 아니라 정치인이나 경제인도 포함하면 좋을 것 같다. 정 ‘여가수들’은 공중파에서도 못한 기획이다. <여배우들>이 <보그>와 한 것처럼 ‘여가수들’은 <싱글즈>와 했는데, 화보와 토크를 함께 진행해 보여주는 게 좋았다. 우스웠던 게 영화에서 김옥빈이 겉돌듯 아이유가 겉돌더라. 콘셉트였을까? 여배우들보다 가수들은 서로를 잘 모르지 않을까 싶다. 장르가 다르고 세대가 다르면 서로 전혀 모를 것 같다. 눈치 보는 게 재미가 있더라. 2회로 끝나는 게 아쉽다. 차 영화 속 여배우들의 ‘포스’와 차이가 너무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배우와 가수의 차이는 아닌 것 같다. 차라리 다큐처럼 대놓고 찍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더라. 정 영화 <여배우들>보다는 조금 더 다큐처럼 찍었을 것 같다. 가수들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니까. 차 상황과 설정만 주고 알아서 하세요, 하니까 리얼리티쇼 같은 느낌이었다. 연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만 설정은 스스로 했겠지. 아이유는 막내 역을 맡는다든지. 여가수 포스 여배우에게는 밀리네 정 뽑힌 게 좋으면서도 가기는 싫었을 것 같다. 내가 이은미였다면 그런 분위기에서 선배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싫을 것 같다. 차 아이유의 경우 엠넷 <디렉터스 컷>에 나온다. 거기에 하림 등과 함께 나올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거기서는 배려를 받는다. 여기에서는 그런 게 없다. 존재하는 건 서열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그게 확 보이더라. 김윤아가 의외로 존재감이 없더라. 어쨌든 신선하고 재미있는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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