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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더 호텔 캘리포니아

등록 2010-01-27 21:17

찰리 채플린에서 호날두까지 거쳐간 더 베벌리힐스 호텔. 김형렬 제공
찰리 채플린에서 호날두까지 거쳐간 더 베벌리힐스 호텔. 김형렬 제공
[매거진 esc] 김형렬의 호텔에서 생긴 일
이글스 명곡 배경이자 현대사의 유명인물들 거쳐간 영욕의 ‘더 베벌리힐스 호텔’
“캘리포니아호텔이 정말 있기나 해?” 태클이 즉각 들어왔다. 지난 글 말미에 ‘우리는 지금 호텔 캘리포니아로 가고 있다’고 했더니 “정말? 언제 델꼬 갈 거냐?”는 룸메이트의 파상공세였다. 캘리포니아호텔이 있긴 있지. 한국에도 5곳이나 있고, 독일·이탈리아·스페인·인도 심지어 중국, 세계 어느 나라든 최소한 한 곳씩은 있다. 캘리포니아주 관광청은 아예 자기네를 ‘호텔 캘리포니아’라 불러 달란다.

‘Hotel California’가 세계 호텔의 대명사로 떠오른 것은 1976년 가을이었다. 미국의 우울증이 깊어가고 있을 때였다. 임기 중인 대통령이 사임했고, 달러의 값어치는 폭락했고, 변방의 나라와 전쟁에서도 졌다. 성조기 모자를 쓴 엉클 샘 미국 독수리들(Eagles)은 드러머 돈 헨리의 꺾어지는 보컬과 일렉트릭 기타 삼중주로 듣는 이의 혼을 빼놓는 음악적 성취를 이뤘지만, 떠날 수 없는 호텔(you can check out any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을 탈출구 없는 그들의 나라에 빗대었다.

앨범 커버의 해질녘 키 큰 야자수와 푸른 불빛에 어우러진 분홍빛 스페인풍 이 호텔의 본명은 ‘더 베벌리힐스 호텔’(The Beverly Hills Hotel)이다. 1912년 세워진 이 호텔은 미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 베벌리힐스시에 자리잡고 있다. 100년 역사의 호텔은 시의 역사와 거의 같다. 원래 인디언마을이 있던 동네 산 밑에 호텔이 들어서면서 거주지의 외연이 확대됐고 시로 승격됐다. 불과 10년여 만의 변화였으며, 미국 서부 개척의 또 한 모습인 셈이다. 특히 미국 대중문화의 메카 할리우드가 동쪽으로, 샌타모니카 해변이 서쪽으로 있어, 스타와 거부와 권력가들의 회합과 향연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찰리 채플린, 엘리자베스 테일러, 프랭크 시나트라, 마릴린 먼로에서부터 존 레넌, 엘턴 존, 리처드 기어, 샤론 스톤을 거쳐 브래드 핏, 앤절리나 졸리, 브리트니 스피어스까지 연예인은 물론, 존 F. 케네디와 재키 오나시스, 고르바초프, 빌 클린턴 부부 그리고 축구 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이 호텔을 들락거렸다. 그래서 주민들 사이에서도 “그 호텔”(The Hotel) 하면 바로 ‘더 베벌리힐스 호텔’로 통한다.

하지만 독수리들의 노래는 영광스런 호텔의 피날레였던 것 같다. 제국의 황제를 다시 한번 옹립하려던 그의 신하들이 이 호텔의 유명한 식당 ‘폴로 라운지’(우디 앨런의 영화 <한나와 그 자매들>의 배경이 됐던 곳)에서 역적모의를 했다가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나게 된다. 살아 있는 최고 권력 닉슨이 몰락하게 된 세계 최대 정치 스캔들은 동부의 워터게이트 ‘호텔’과 서부의 베벌리힐스 ‘호텔’을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게다가 호텔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로레타 영, 아이린 던, 잠시 메리엇 계열을 거쳐, 디트로이트 부동산재벌이 보유하다 21세기로 넘어오며 결국 미국의 꿈에서 사라졌다. 브루나이 국왕 하사날 볼키아가 캘리포니아 드리밍의 현시자로 등극한 것이다. 제국이 꿈을 판 대가는 1300억원어치 기름을 판 돈이었다.

셀레브리티가 득실거리는 럭셔리 호텔에서 하룻밤 호사는 실은 별거 아니다. 204개 객실과, 수영장을 겸비한 방갈로 21채를 갖춘 이 특5성급 컨템퍼러리 클래식 호텔에서 둘만의 꿈은 50만원쯤이다. 하지만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는 것처럼 호텔 캘리포니아에 이제 그 호텔은 없다. 대신 우리는 지금 ‘호텔 브루나이’로 가고 있는 중이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hotelja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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