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입체영상 넘어서 온몸으로 즐기는 오감체험 시설로 진화하는 영화관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3D 입체영상 넘어서 온몸으로 즐기는 오감체험 시설로 진화하는 영화관
3D 입체영상 넘어서 온몸으로 즐기는 오감체험 시설로 진화하는 영화관
#장면 1
1895년 12월28일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 뤼미에르 형제가 자신들이 만든 활동사진을 상영한다. 열차가 역에 도착하는 모습과 사람들이 승하차하는 장면을 담은 1분짜리 영상이다. 정면을 향해 달려오는 기차 모습에 30여명의 관객들은 혼비백산 비명을 지른다. ‘시오타역에 도착하는 기차’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세계 최초의 상업영화로 꼽힌다. 뤼미에르 형제는 당시 입장료로 1프랑씩을 받았다고 한다.
#장면 2
2009년 7월15일 오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씨지브이(CGV)영화관 7관. 특수 편광안경을 낀 관객들 앞으로 피 묻은 곡괭이를 든 광부가 다가온다. 의자가 진동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잔혹한 살육이 진행되고 비명과 함께 화면이 피로 물든다. 피가 튀는 순간 관객들 얼굴로 물보라가 뿜어진다. 눈을 감는다고 공포감을 덜 수는 없다. 타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의자는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살인자의 질주를 따라다닌다. 몇몇 여성 관객은 자리를 박차고 영화관을 탈출한다.
영화관이 영상을 온몸으로 느끼며 즐기는 오감체험 시설로 진화하고 있다. 3D 입체영상을 넘어서 이른바 ‘4D 영상체험’이 올여름 극장가와 테마파크에서 기세를 올리는 중이다. 4D(Dimension)란, 현실성을 극대화시킨 3차원 영상(3D)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상 내용을 오감을 통해 실감나게 체험하도록 한 기술을 말한다. 특수 편광안경을 쓰고 영상만을 즐기는 3D 입체영상에다, 장면 변화에 따라 영상 속 상황이 생생하게 몸에 전해지는 복합 영상체험 시설이다.
뤼미에르 형제 등이 마련한 100여년 전 활동사진의 시각적 충격은 청각 충격(유성영화)과 색감의 충격(컬러영화)을 거쳐 컴퓨터그래픽과 입체영상(3D) 기술의 진전을 이뤘다. 그리고 이제 오감 충격(4D 입체영상) 시대를 맞았다. 보고 듣는 기능의 영화가 느끼고 체험하는 일종의 놀이시설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자극 원하는 관객 욕구 반영 씨지브이가 여름 특수를 겨냥해 지난 9일 개봉한 공포물 <블러디 발렌타인>은 <나이트메어>의 감독 패트릭 루시어가 만든 101분짜리 입체영화다. 영화 내용은 제쳐놓더라도,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주말엔 매회 매진을, 평일에도 대부분 매진을 기록중이다. 이에 대해 씨지브이 쪽은 “계절적 요인도 있겠지만, 더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씨지브이 상암관은 올해 초부터 7관에서 입체영화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본격 4D 영화를 상영중이다.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기술을 도입한 교육용 오감체험 시설을 활용했다. 3D 입체영상에 서라운드 입체음향 시스템을 기본으로,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객석, 바람·냄새·수증기·연기까지 뿌려주는 등 10여가지의 특수효과 시설을 상영관 내부와 의자에 설치했다. <블러디 발렌타인>은 지하세계의 모험을 그린 에스에프(SF)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에 이어 네 번째로 개봉한 4D 영화다. 씨지브이 4D 담당 유영건 과장은 “일반 상업영화를 풀타임 4D 입체영화로 상영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의 진화는 애초 놀이기구의 진화에서 싹텄다. 첫 상업 활동사진이 선보이기 전부터 일종의 광학놀이 장치인 ‘움직이는 사진’이 나와 있었다. 1893년 토머스 에디슨이 놀이시설의 오락용 기구로 ‘시네마스코프’를 선보인 바 있다. 상자 구멍을 통해 활동사진을 감상하는 기구다. 요즘 놀이시설의 진화는 새롭고 자극적인 기술에 목말라하는 대형 테마파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4D 영상 체험시설 도입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3D 입체영상관과, 움직이는 의자 등 시설을 갖추고 있던 테마파크들은 올해 들어 앞다퉈 일본·스위스 등에서 들여온 최신 오감체험 시설을 설치하고 또 보강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몇 년 전 100석 규모의 대형 실감체험 영상시설인 ‘다이나믹 시어터’와 ‘4D 입체영화관’을 선보였다. 초당 60프레임 속도의 70㎜ 영화 기법에 영상 장면에 따라 객석을 움직여주는 유압시스템을 컴퓨터로 연결한 장치다. 의자의 진동과 추락 효과, 물 분사 효과, 바람 효과 등 오감체험 장비가 설치돼 있다. 서울랜드는 기존의 입체영상에 바람·의자 진동 효과를 결합한 입체영상관 외에 지난해 360도 스크린과 다양한 실감체험 시설을 곁들인 ‘타임머신 5D 360’ 영상관을 열었다. 지난 6월엔 여기에 영상에 따라 측면에서 바람이 불고, 눈 내리는 장면에서 비눗방울이 날리는 등의 효과를 내는 설비를 추가했다. 63시티도 이달 초 밀랍인형박물관을 개관하면서, 360도 원형 스크린에 바람·의자 진동 등 효과를 겸비한 입체영상관을 함께 선보였다. 씨지브이 상암관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어린이·청소년 대상 교육용 4D 오감체험 영상관 ‘스마트플렉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안에 상암관의 9개 상영관 중 2개관을 더 4D 체험영상관으로 고쳐 운영할 계획이다. 새로움이란 늘 식상해질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새롭다고 인식되는 순간 이미 익숙해진다. 영화관 또는 영상시설의 신선한 진화는 계속될 수 있을까. 일부에선 영화관의 ‘놀이시설화’ 시도는 콘텐츠 부족 등으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4D 영상시설을 도입해 성황리에 운영중인 테마파크와 영화관 쪽은 “관객들 반응을 볼 때 더욱 확산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래 불투명한 발명품’의 끝없는 진화 “21세기 영화관의 주류는 정교해진 입체영상을 기본으로 대규모 돔형 또는 원통형 스크린을 갖춘 멀티 4D 극장이 될 것”(롯데월드 최원기 마스터플랜 티에프팀 매니저)이라든가 “지금까지는 얼마나 현실감 있게 만드는가가 화두였다면 앞으로는 무한히 열린 비현실·가상현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치열해진 기술 경쟁을 통해 4D 영화는 곧 영화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씨지브이 유영건 과장)이라는 의견이다. 어쨌든 최근 영화관 또는 영상시설들의 변화 모습은 활동사진의 또다른 진화를 향한 모색이다. 세계적으로 급증 추세에 있는 교육용 입체영상과 상업용 입체영화 등 콘텐츠 제작 바람, 잇따라 개발되는 실감 체험 기술들이 이런 추세를 보여준다. 지난해 4편에 불과했던 각국의 상업용 대형 입체영화 개봉이 올해는 연말까지 10여편에 이를 전망이다. 첫 상업영화 상영이라는 진기록을 보유한 뤼미에르 형제. 그들은 끝내 영화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400여편의 소품 영화를 만든 뒤 그들은 영화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화는 정말 미래가 불투명한 발명품이란 말이야.”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영화 눈으로 보니? 난 몸으로 봐
새로운 자극 원하는 관객 욕구 반영 씨지브이가 여름 특수를 겨냥해 지난 9일 개봉한 공포물 <블러디 발렌타인>은 <나이트메어>의 감독 패트릭 루시어가 만든 101분짜리 입체영화다. 영화 내용은 제쳐놓더라도,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주말엔 매회 매진을, 평일에도 대부분 매진을 기록중이다. 이에 대해 씨지브이 쪽은 “계절적 요인도 있겠지만, 더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관객들의 욕구를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씨지브이 상암관은 올해 초부터 7관에서 입체영화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본격 4D 영화를 상영중이다.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기술을 도입한 교육용 오감체험 시설을 활용했다. 3D 입체영상에 서라운드 입체음향 시스템을 기본으로,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객석, 바람·냄새·수증기·연기까지 뿌려주는 등 10여가지의 특수효과 시설을 상영관 내부와 의자에 설치했다. <블러디 발렌타인>은 지하세계의 모험을 그린 에스에프(SF)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에 이어 네 번째로 개봉한 4D 영화다. 씨지브이 4D 담당 유영건 과장은 “일반 상업영화를 풀타임 4D 입체영화로 상영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의 진화는 애초 놀이기구의 진화에서 싹텄다. 첫 상업 활동사진이 선보이기 전부터 일종의 광학놀이 장치인 ‘움직이는 사진’이 나와 있었다. 1893년 토머스 에디슨이 놀이시설의 오락용 기구로 ‘시네마스코프’를 선보인 바 있다. 상자 구멍을 통해 활동사진을 감상하는 기구다. 요즘 놀이시설의 진화는 새롭고 자극적인 기술에 목말라하는 대형 테마파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4D 영상 체험시설 도입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3D 입체영상관과, 움직이는 의자 등 시설을 갖추고 있던 테마파크들은 올해 들어 앞다퉈 일본·스위스 등에서 들여온 최신 오감체험 시설을 설치하고 또 보강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몇 년 전 100석 규모의 대형 실감체험 영상시설인 ‘다이나믹 시어터’와 ‘4D 입체영화관’을 선보였다. 초당 60프레임 속도의 70㎜ 영화 기법에 영상 장면에 따라 객석을 움직여주는 유압시스템을 컴퓨터로 연결한 장치다. 의자의 진동과 추락 효과, 물 분사 효과, 바람 효과 등 오감체험 장비가 설치돼 있다. 서울랜드는 기존의 입체영상에 바람·의자 진동 효과를 결합한 입체영상관 외에 지난해 360도 스크린과 다양한 실감체험 시설을 곁들인 ‘타임머신 5D 360’ 영상관을 열었다. 지난 6월엔 여기에 영상에 따라 측면에서 바람이 불고, 눈 내리는 장면에서 비눗방울이 날리는 등의 효과를 내는 설비를 추가했다. 63시티도 이달 초 밀랍인형박물관을 개관하면서, 360도 원형 스크린에 바람·의자 진동 등 효과를 겸비한 입체영상관을 함께 선보였다. 씨지브이 상암관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어린이·청소년 대상 교육용 4D 오감체험 영상관 ‘스마트플렉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안에 상암관의 9개 상영관 중 2개관을 더 4D 체험영상관으로 고쳐 운영할 계획이다. 새로움이란 늘 식상해질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다. 새롭다고 인식되는 순간 이미 익숙해진다. 영화관 또는 영상시설의 신선한 진화는 계속될 수 있을까. 일부에선 영화관의 ‘놀이시설화’ 시도는 콘텐츠 부족 등으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4D 영상시설을 도입해 성황리에 운영중인 테마파크와 영화관 쪽은 “관객들 반응을 볼 때 더욱 확산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래 불투명한 발명품’의 끝없는 진화 “21세기 영화관의 주류는 정교해진 입체영상을 기본으로 대규모 돔형 또는 원통형 스크린을 갖춘 멀티 4D 극장이 될 것”(롯데월드 최원기 마스터플랜 티에프팀 매니저)이라든가 “지금까지는 얼마나 현실감 있게 만드는가가 화두였다면 앞으로는 무한히 열린 비현실·가상현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치열해진 기술 경쟁을 통해 4D 영화는 곧 영화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씨지브이 유영건 과장)이라는 의견이다. 어쨌든 최근 영화관 또는 영상시설들의 변화 모습은 활동사진의 또다른 진화를 향한 모색이다. 세계적으로 급증 추세에 있는 교육용 입체영상과 상업용 입체영화 등 콘텐츠 제작 바람, 잇따라 개발되는 실감 체험 기술들이 이런 추세를 보여준다. 지난해 4편에 불과했던 각국의 상업용 대형 입체영화 개봉이 올해는 연말까지 10여편에 이를 전망이다. 첫 상업영화 상영이라는 진기록을 보유한 뤼미에르 형제. 그들은 끝내 영화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400여편의 소품 영화를 만든 뒤 그들은 영화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화는 정말 미래가 불투명한 발명품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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