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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내 〈esc〉

등록 2008-12-10 18:11

esc를 누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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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영화 <묻지마 패밀리>의 수록작 ‘내 나이키’에는 나이키 운동화를 너무나 갖고 싶어 하는 중학생 소년이 등장합니다. 달동네에 사는 탓에 부모님한테 값비싼 운동화를 사달라고 조를 수 없었던 소년은 종이우산 붙이기부터 장롱 바닥 뒤지기까지, 동전 하나라도 모을 수 있는 온갖 알바(?)에 매달립니다. 하지만 어렵사리 모은 돈을 동네 노는 ‘엉아’들에게 빼앗기고 말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웃기면서도 뭉클합니다. 학교 실내화에서 아버지의 늘어난 반팔 러닝셔츠까지 모두 나이키로 변신합니다. 너무나 갖고 싶었던 나이키를 소년이 직접 만들어낸-다기보다 그린- 겁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저 역시 ‘꿈의 나이키’ 시절을 사춘기 때 보냈기 때문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중·고등학교 내내 사복을 입었던 저와 친구들에게 브랜드는-그때는 ‘메이커’라고 했죠-자부심의 상징이었죠. 조다쉬 청바지와 나이키 운동화 사이로 아식스, 또는 미즈노의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흰 면양말을 살짝살짝 보여주는 것으로 10대 패션의 완성이 이뤄졌다고나 할까요.

지겹게 많이 나온 말이지만 나이키를 신는 건 단지 질긴 가죽 운동화를 신는 게 아니고, 스타벅스의 카라멜 마키아또를 마시는 건 그저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죠. 개인 커피잔을 가져가면 파격 할인을 해준다고 해도 스타벅스 커피를 그렇게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이처럼 막강한 브랜드의 힘을 단지 허영심의 소산이라고 한다면, 세상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고 구분하는 것만큼이나 단순하고 멍청한 짓일 겁니다.

〈esc〉도 사춘기 때의 나이키 같은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자신의 지성을 과시하기 위해 소개팅 나가서 취미는 ‘티메지’(<타임>지의 오독) 읽기라고 말했다는 농담처럼, 세련된 유쾌함을 과시하기 위해 〈esc〉를 표지 쪽으로 들고 다니는 독자들이 많아지도록 2009년에도 즐겁게 매진하겠습니다.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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